증권금융부 김수식 기자
[비즈월드] 가계대출이 “줄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의미를 시중은행의 통계에서만 보면 사실이다.
그러나 시야를 금융권 전체로 보면 해석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계대출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765조829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9491억원 줄었다.
여기까지 보면 줄어든 것이 맞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반대 흐름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5551억원 늘었다.
상호금융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의 3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증가액 3조5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이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했다.
감소와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시장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층위로 나뉘어 움직이는 구조다.
이런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 안팎으로 협의 중이다.
일부 은행은 0.7%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증가율이 1%로 제한되면 5대 은행의 추가 공급 여력은 약 6조4493억원이다.
월 평균 5874억원, 은행 한 곳당 약 1000억원 수준이다. 공급 여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은행권 여력이 줄면 수요는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것은 자명하다. 앞서 나온 수치가 반복된다는 말이다.
상호금융권은 대응에 나섰다.
새마을금고는 비회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우대금리를 폐지했다.
신협은 일정 기준을 넘는 조합의 비조합원 대출을 제한했다. 농협은 증가율 1% 초과 단위농협의 비조합원·준조합원 대출을 막았다.
대부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는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택 관련 대출 취급에 신중할 것을 회원사들에게 요청했다.
흐름은 단순하다.
은행권에서 줄어든 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확장된다.
일부는 제도권 내부에서 이동하고 일부는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다.
이미 이동이 시작된 가계대출 위에 규제가 한 겹 더 얹히고 있다.
결국 이동을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비즈월드=김수식 기자 / kssm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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