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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메모]지방의회 무용론 키우는 대덕구의회

대전 대덕구의회 앞에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넉 달이 돼도록 의장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하느라 원 구성도 하지 못한 구의회에 분노한 주민들이 보낸 것이다.

[기자메모]지방의회 무용론 키우는 대덕구의회

대전 대덕구의회 앞에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넉 달이 돼도록 의장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하느라 원 구성도 하지 못한 구의회에 분노한 주민들이 보낸 것이다.

제10대 대덕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석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양보 없이는 원 구성이 어려운 구조다. 그간 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11차례 열렸지만 모두 무산됐다. 양당이 양보 없는 감투싸움을 벌이느라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채 의정 활동에 손을 놓고 있다.

전국 지방의회가 지난 7월 새롭게 출범한 후 아직까지 원 구성을 못한 곳은 대덕구의회가 유일하다. 민선 9기 대덕구는 조직개편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줄줄이 미뤄지며 구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찬술 대덕구청장은 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일주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넉 달 가까운 의회 파행도, 이로 인한 구청장 단식 농성도 초유의 사태다.

김 청장은 단식에 들어가며 지난 20일을 의회 정상화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더 미뤄지면 내년 예산 심의도 제때 이뤄지지 못해 법정 필수경비만 쓸 수 있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의회는 주민 비판, 구청장 읍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같은 당 소속 구청장이 단식에 들어가자 민주당 의원들이 조건부 의장직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수용하지 않았다. 파행 책임의 무게는 양당이 똑같이 짊어져야 하지만 구청장 자리를 빼앗긴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리며 주민과 구정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판의 무게가 더 무거워 보인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원 정당공천제와 거대 양당 독식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대덕구의원 8명 중 4명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2명을 뽑는 선거구 2곳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각각 1명씩 후보를 내 ‘공천이 곧 당선’이 됐다. 그런데도 감투싸움에만 혈안이 된 이들을 공천한 양당은 책임 있는 조치나 입장 표명조차 없다.

주민소환 여론이 일지만 임기 개시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주민소환도 할 수 없다. 원 구성을 강제할 다른 제도적 장치도 없다.

그런 와중에 대덕구의회는 의정비 인상안을 제출했고,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대덕구의회 홈페이지에는 날 선 주민 의견이 올라와 있다. “시민으로 묻습니다. 주민 불편을 외면하고, 개인적·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한다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됩니다.” 물음에 답할 수 없다면 가슴에 단 의원 배지부터 반납해야 한다.

전국사회부 | 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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