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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 노트] 5년 쌓은 상생, 파업으로 멈출 것인가

민주노총 총파업과 제조업계 하투(夏鬪)가 본격화하면서 광주·전남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미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기아 노조도 파업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아가 5년 연속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이다.

[기자 노트] 5년 쌓은 상생, 파업으로 멈출 것인가

[기자 노트] 5년 쌓은 상생, 파업으로 멈출 것인가

김해나 경제부 기자

2026년 07월 26일(일) 18:00

민주노총 총파업과 제조업계 하투(夏鬪)가 본격화하면서 광주·전남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미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기아 노조도 파업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아가 5년 연속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3일 재적 조합원 대비 82%, 투표자 대비 92.5%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27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결렬되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회사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것은 노조 본연의 책무다. 그러나 권리만큼 중요한 것이 산업 현장이 처한 현실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지금 어느 때보다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부담은 여전하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8% 넘게 감소했고, 올 1분기에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이 26% 이상 줄었다. 많이 팔아도 남는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하면 피해는 노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지역 제조업의 중심축이다. 공장이 멈추면 수백 개 협력업체도 생산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는 물론 물류·운송업계와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자동차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파업의 파장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3년 연속 50만대 생산 체제를 이어가며 지역 자동차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협력업체들도 안정적인 생산을 기반으로 경영의 숨통을 틔웠다. 어렵게 이어온 성장 흐름이 파업으로 끊긴다면 그 피해는 결국 지역경제 전체가 떠안게 된다.

특히 전남광주시 출범 이후 지역은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 유치의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고, 반도체와 미래차 산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할 시점에 대규모 파업으로 산업 현장이 흔들린다면 기업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야 할 때 다시 ‘기업이 꺼리는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역 산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더욱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아까지 생산을 멈춘다면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도 불가피하다. 세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스스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노조에 일방적인 양보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회사 역시 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시안을 내놓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 노조 또한 파업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원칙 아래 협상의 문을 끝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남광주 제조업을 지탱해 온 대표 산업이다. 노사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산업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대강 대치가 아니라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상생의 지혜’다.

기아 노사가 6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간다면 지역경제를 지켜낸 상생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파업을 선택한다면 그 비용은 노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전체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올여름 기아 노사의 선택이 어느 해보다 무거운 이유다.

/김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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