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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업만 옮겨선 인구 못 늘린다…“일자리·주거·돌봄 묶은 ‘정주 패키지’로”

27일 오후 전남광주시 광주청사 무등홀에서 열린 ‘제43회 인구포럼’에서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기업만 옮겨선 인구 못 늘린다…“일자리·주거·돌봄 묶은 ‘정주 패키지’로”

기업만 옮겨선 인구 못 늘린다…“일자리·주거·돌봄 묶은 ‘정주 패키지’로”

저출산고령委, 제43회 인구포럼서 지역 인구정책 재설계 제안

기업 지원도 투자액 아닌 고용·정주 성과 연계해야

전남 13개 시·군 인구감소·분만취약·산후조리원 공백 중첩

2026년 08월 27일(목) 16:35

27일 오후 전남광주시 광주청사 무등홀에서 열린 ‘제43회 인구포럼’에서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떠나는 이유, 머무는 조건(인구이동과 정주 여건으로 본 지역 인구정책의 재설계)’을 주제로 마련됐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 유치에 집중해 온 지역정책을 배우자·자녀까지 지역에 뿌리내리는 ‘가족 단위 정주정책’으로 전환하고, 산업과 대학·주거·의료·문화를 광역생활권으로 묶는 ‘메가특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업에 지급하는 지원금도 투자 규모가 아니라 지역 일자리 창출과 인재 정착 성과에 연동하고, 기업 이전에 따른 세제 혜택 역시 기업에서 근로자와 가족의 주거·교육·돌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7일 전남광주시 광주청사에서 ‘떠나는 이유, 머무는 조건’을 주제로 제43회 인구포럼을 열었다.

전남광주시가 후원한 포럼에서는 19~64세 성인 5439명을 대상으로 한 인구이동 및 정주 실태조사를 토대로 지역 인구정책의 재설계 방안이 논의됐다.

이같은 정책 전환의 필요성은 전남의 열악한 정주 인프라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3곳은 인구감소지역이면서 분만 취약지역이고 산후조리원까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10곳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마저 없어 시설과 방문 돌봄이 동시에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낳고 키울 기본 여건조차 지역별로 크게 차이 나는 상황에서 기업과 일자리만 유치해서는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이전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지원하던 기업 인센티브를 일자리 창출과 인재 정착 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개별 시·도가 기업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역경제권 ‘메가특구’를 조성하고 대기업·중소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거·교육·의료·돌봄을 한데 묶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청년이 지역에서 취업과 이직, 성장을 이어갈 ‘지역 경력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이동 분석에서도 일자리만으로는 정착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지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수도권으로 이동했던 청년이 다시 수도권으로 정착하는 흐름이 반대 방향보다 강하고, 임시 거주 성향도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 정착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뿐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와 교통·의료, 문화·여가, 지역사회 참여기회까지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에서는 광주·전남 내부에서도 경제적 기회와 생활·문화 여건에 따라 청년 정주 여건이 서로 다른 유형으로 나타났다.

생애 초기 인프라 격차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산후조리원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공영·위탁·복합거점형 시설을 확충하고, 시설 설치가 어려운 도서·벽지는 방문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제안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은 이동시간에 대한 보상체계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이전 정책 자체의 한계도 지적됐다.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와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이 기업 단위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하고 지원 기준을 ‘기업이 옮겼는가’에서 ‘근로자와 가족이 실제 지역에 살고 있는가’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거와 교육·보육, 아동 지원을 같은 생활권에서 함께 제공하는 정주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기업 현장에서도 같은 문제가 확인됐다. 이정관 전남테크노파크 본부장은 지역에 생산공장은 있지만 연구개발과 설계·마케팅·전략·IT 등 고임금 핵심기능은 수도권에 남는 구조를 지적했다. 특히 광주 자동차부품기업 조사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3.1%로 나타났다. 그는 “기업 이전이 아니라 기업 기능 이전”이 필요하다며 산단 중심의 유치정책을 산업·도시·대학·의료·교육을 아우르는 정주형 산업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기업이 근로자의 돌봄 문제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근로자·지역·기업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는 ‘전남광주 특별 민간 아이돌봄 바우처’ 모델을 제시했다.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람이 떠나는 지역은 생활 인프라가 무너지고, 무너진 인프라는 다시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악순환을 겪는다”며 “9월 10일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 지역 이동과 지역 간 격차, 지역소멸 완화까지 정책 범위에 포함하고 제1차 인구전략 기본계획에 청년의 지역 정착 기회 확대와 정주 인프라 개선 방안을 담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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