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타이밍과 자금이 성패 가른다 [삼일 이슈 프리즘]
2026.07.01 10:49
2026.07.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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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황인찬 삼일PwC 회생·구조조정지원센터 파트너
황인찬 삼일PwC 회생·구조조정지원센터 파트너
기업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때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구조조정’이다. 이는 단순한 재무 개선을 넘어 기업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가 적절한 시점을 놓치거나,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내부 자구 노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융기관이나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한 외부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한 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 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법원이 관여하는 기업회생절차다.
그런데 오늘날의 구조조정은 더 이상 채무 조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 환경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 기업들은 영업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 변경과 경영진 교체를 포함한 인수합병(M&A)이 구조조정의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부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적시에 자금을 확보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영업을 재건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자본의 역할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자본시장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펀드의 역할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도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만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이 조성돼 구조조정 기업에 투입됐고, 통상 4~5년의 투자 기간 동안 M&A를 포함한 직접 투자를 수행한다. 실제로 최근 회생기업 M&A 상당수가 이들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현재 활동 중인 펀드는 약 20여 개에 이른다. 운영 형태도 다양해 회생기업 M&A에서 지분에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펀드부터, DIP(Debtor-In-Possession, 회생절차 진행 기업에 제공하는 신규 자금) 파이낸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크레딧 펀드까지 폭넓게 포진해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펀드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금융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금융기관이 담당하던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공급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으며, 특히 회생기업에 대한 DIP 금융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생 워크아웃 기업은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구조혁신펀드가 사실상 거의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인 셈이다.
회생 워크아웃 절차에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 내부 규정과 리스크 관리 기준 탓에 신규 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절실한 유동성 확보를 한층 까다롭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구조혁신펀드는 기업 정상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시간 확보를 위한 회생법원의 새로운 선택지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자금’ 확보에 달렸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시간’이라는 변수 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평판 훼손이나 거래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결정을 미루다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생법원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발전시켜 왔다. 기존 경영자가 계속 경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DIP 제도, 채권자와의 자율적 협의를 지원하는 자율구조조정 지원제도(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ARS), 사전 합의를 통해 회생절차의 시간을 단축하는 프리패키지플랜(P-Plan)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한층 진화된 형태인 ‘예방적 자율구조조정(pre-ARS)’과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을 도입해 기업의 선택지를 더욱 넓혔다.
예방적 자율구조조정은 채무자(구조조정 대상 회사)가 주요 채권자와의 협상을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비공개로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제도다. 결과에 따라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 채무조정에 합의하면 관련 약정을 체결한 뒤 조정 신청을 취하하면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회생절차, 워크아웃 또는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경영자는 통상 회생절차 신청 시 낙인효과와 채권자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다. 그러나 예방적 자율구조조정은 회생법원의 최소 인력만 관여하므로 정보 유출 우려 없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회생 신청을 조건으로 하는 각종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자들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은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법원이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해 채무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동시에,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상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급박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실질적인 완충 장치가 되는 셈이다.
경영자는 기본적으로 워크아웃과 같은 사적 구조조정 절차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재무 위기 상황에서는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곧바로 회생절차로 진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은 회생절차를 활용해 긴급한 채권 강제집행을 유예하는 한편, 동시에 워크아웃 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대안이 된다.
구조조정 성공 결정짓는 '결단의 타이밍'
가장 바람직한 구조조정은 위기 이후가 아니라 위기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조직과 인력을 재편하는 선제 대응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경영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 제조업 환경 악화, 특정 산업으로의 투자 쏠림 등은 기업을 예기치 못한 재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시장에는 다양한 구조조정 제도와 자금 조달 수단이 마련돼 있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적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다. 결국 구조조정의 성패는 ‘결단의 타이밍’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구조조정을 단순한 재무 의사결정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있으며, 그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과 판단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CFO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첫째, 현금흐름 악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검토할 수 있는 내부 경고 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 중심의 자금 조달뿐 아니라 구조혁신펀드 등 자본시장 기반의 다양한 옵션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셋째, 필요시 기업회생절차를 ‘최후의 수단’이 아닌 ‘협의의 시간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준비와 판단이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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