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설비투자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슈퍼사이클과 공급 부족 사태를 다음 번 사이클 때는 겪지 않겠다는 태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 생산을 비롯한 설비를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Semiconductor Intelligence는 반도체 산업의 총 자본 지출(CAPEX·케펙스)이 2025년에 1660억달러(250조22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 비율은 2026년 2000억달러(301조58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1위 파운드리 TSMC가 지난해 케펙스로만 409억달러를 투자하며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투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케펙스 상승 비율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적지 않은 비중을 기록해 반도체 생산 능력 굳히기는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DS, 50조원 넘는 설비투자금액 투입… 하이 NA EUV부터 평택 P4·P5까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시설투자에 총 52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특히 전체 시설투자의 90%에 육박하는 47조5000억원이 DS 부문에 투입됐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5조원 이상 넘어선 금액이었다. 구체적으로 ▲평택 캠퍼스 중심 생산 인프라 확충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선제 확보 ▲기흥 캠퍼스에 들어설 초대형 첨단 R&D 복합단지 ‘NRD-K’ 건립 등 장기적인 관점의 생산 및 연구 기반을 다지는 데 막대한 자금이 쓰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ASML이 생산하는 첫 하이 NA EUV 장비인 ‘EXE:5000’을 화성 캠퍼스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EXE:5200B 2대를 구매하는 데 1조1000억원가량을 소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EUV 장비 한 대에 대략 5000억원 수준의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 금액도 상당했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야경. 사진=평택시
현재와 미래의 캐시플로우를 모두 잡아주는 평택 캠퍼스도 강화에 나섰다. 지난 2020년 2라인 가동에 들어가며 EUV 기반 LPDDR5·DDR5·그래픽 DRAM과 3D NAND 등을 양산 중인 평택 캠퍼스는 현재 P4 라인이 D램 전용에 가까운 신규 라인 증설 작업에 들어가 있다. 여기에 2028년 가동 목표인 P5 공장 초대형 반도체 생산 시설 건축 공사 계약 금액이 2조8932억원으로 2022년 12월 처음 계약할 당시 공사 금액(약 414억원)에 비해 대규모 상승했다.
P5는 삼성전자 최초의 3층 구조 ‘트리플 팹’으로 총 12개의 클린룸을 갖춘 대형 생산기지가 될 전망이다. 기존처럼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분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공정을 유연하게 섞어 운영하는 형태가 점쳐진다. 여기에 P6 라인 공사도 곧 시작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으로 이에 맞춰 삼성전자의 설비투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 출처= 삼성전자
P4 공사도 올해 4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P4 라인은 장비 반입·셋업(툴 훅업) 단계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장비가 본격 반입 중인 상태로 올해 램프업을 거쳐 HBM4·1c DRAM 전용에 가까운 팹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팹 한 동 라인 구축을 위해서는 청정도 계산 이후 레이아웃·MEP(기계·전기·배관) 설계가 들어간 뒤 건물 ‘셸’을 만들고 그 아래층(서브 팹)에 배관 트렌치, 배기 덕트 공간을 구성한다. 이후 클린룸 패널, 천장 그리드, 이중 바닥 및 공조(HVAC) 시스템 설치, 입자 수·온도·습도·압력 테스트를 해 RFE(Ready For Equipment) 상태가 되면 ▲장비 반입 ▲시운전·OQ(운전 검증) ▲램프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램프업이 진행되며 어느 공정 단계에서 웨이퍼가 쌓이는지가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추가 장비 ▲FOUP 스토커·자동반송시스템(AMHS) 확장 ▲레이아웃 변경 ▲소프트웨어·컨트롤러 업그레이드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자는 더 이뤄진다는 것이 내외부의 시선이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도 설비 설치 및 시운전인 셋업 단계에 접어들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전 HBM 철수와 HBM3E 실패 이후 장비와 설계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낀 상태”라며 “DS 부문이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고 계속 강조했고 주주총회에서도 반도체 투자를 위해 일정 수준 현금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처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분주히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CAPEX 30조원… EUV 추가 도입과 용인 클러스터 가속
SK하이닉스 청주 M15X.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작년 한 해 설비투자액으로 30조173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중 4분기에만 12조348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연간 매출 30%가 넘는 금액을 설비투자로 넣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EUV 장비 구매에 적극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11조9496억원 규모의 EUV 스캐너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를 얼마나 구입했는지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1대당 약 5000억원 수준)일 경우 EUV 스캐너 20여 대를 추가로 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계약이 모두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EUV 장비 40여 대를 보유하게 된다.
청주 M15X 공장도 2클린룸에 장비를 순차적으로 반입·훅업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클린룸 오픈’은 청정도·유틸리티 공사가 끝나고 고가 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양산이 시작돼 M15X의 가동률이 100%에 도달하면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 능력 측면에서 월 최대 9만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팹 전경. 사진=SK하이닉스
대미는 용인 클러스터다. 현재 SK하이닉스 1공장이 올라가고 있는 용인 클러스터는 2027년 2월 클린룸 오픈 시점이 예정돼 있다. 기존 시설투자비 9.4조원 규모에 신규 시설투자비 21.6조원을 들여 추가 골조를 완성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관 골조는 3월 기준 한 층을 올리면 사실상 완성되는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최태원 SK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와 공정 고도화에 따라 투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용인 팹에 600조원가량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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