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교사·울산 울주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울산시 역시 지난달 5일 ‘공공기관 유치위원회’와 TF팀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시는 산업수도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에너지·연구, 근로복지 분야 등 40여개 기관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한 축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 바로 ‘환경’이다.
울산시는 에너지·AI·디지털 등 미래 산업 중심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제시했지만, 정작 울산의 현재를 지탱하고 있는 산업 구조와 직결된 환경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방향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울산은 대한민국 최대 국가산업단지와 동남권 중화학 산업벨트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다. 국가산단 2개를 포함해 다수의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누계 생산액 또한 전국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적 성과의 이면에는 환경 부담 역시 함께 축적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굴뚝자동측정기(TMS) 설치 사업장 역시 전국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오염물질 배출량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이를 전담할 지역 환경관리 공공기관은 여전히 부재하다. 지역환경공단 설립 논의가 꾸준히 있어왔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환경공단(K-eco)은 단순한 구색 맞추기식 선택지가 아니라, 전략의 중심에 놓여야 할 핵심 기관이다. 한국환경공단은 대기·수질·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오염 저감과 탄소중립 이행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현장 집행 기관으로 산업 현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술 중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입지 선정에 있어 산업과의 연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여러 지자체가 한국환경공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주요 언론에서는 울산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울산에 환경관리 대상이 구조적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울산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한국환경공단에 대한 전략적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이대로라면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최적의 입지임에도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에 기반한 합리적 배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환경공단은 상징성이 아닌 실질적 필요에 따라 입지가 결정되어야 하며, 울산은 그 기능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 중 하나다.
울산시가 한국환경공단 유치에 성공한다면, 지역 환경관리 공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산업수도에서 환경관리 중심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태화강 복원으로 상징되는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입장에서도 울산은 최적의 입지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중화학 산업이 밀집된 환경은 실증 중심 환경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여기에 AI 기반 산업 인프라까지 더해진다면 공단의 미래 핵심 사업을 구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또한 수도권과의 적정한 거리와 인구 110만의 광역시, 영남의 위치적 중심이라는 매력적인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
정부 역시 기능 중심의 합리적 배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관리 ‘집행’ 기능은 산업 현장과 맞닿아 있는 울산에, 환경 연구·교육 중심 기능은 타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울산, 한국환경공단, 그리고 국가 모두를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실행이다.
김민 교사·울산 울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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