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공릉동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해군 ‘제독’을 육군·공군에서 쓰는 ‘장군’과 혼동해 쓰는 우를 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여러 국회 국방위원이 해군 장성을 ‘제독’이 아닌 ‘장군’이라고 반복해서 호칭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두 번의 말실수라면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의원이 같은 호칭을 거듭 사용한다면 단순한 실수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국방정책을 심의하고 군의 운영을 점검해야 할 국방위원들이 각 군의 기본적 호칭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우리 군에서 준장부터 대장까지를 통틀어 장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각 군의 장성을 호칭할 때는 구분이 있다. 육군과 공군, 해병대의 장성은 ‘장군’이고, 해군의 장성은 ‘제독’이다.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에도 ‘장군’과 ‘제독’이라는 호칭이 명시돼 있다. 이는 단순히 이름을 달리 부르는 문제가 아니다. 각 군이 지켜온 역사와 전통,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하는 호칭이다.
미국에서도 육군·공군·해병대 장성은 ‘제너럴(General)’, 해군 장성은 ‘애드미럴(Admiral)’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 의회는 물론 여러 군의 장성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이들을 통틀어 ‘제너럴스 앤 애드미럴스(Generals and Admirals)’라고 부르는 관행이 있다. 강력한 합동전력을 운용하면서도 각 군의 고유한 호칭과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번 사관학교 국정감사에서는 한 의원이 사관학교 교장을 ‘교장선생님’이라고 호칭하기까지 했다. 물론 선생님이라는 말 자체가 무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관학교는 장교를 양성하는 군사교육기관이며, 그 교장은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이자 군 지휘관이다. 국방위원이라면 사관학교의 이러한 특성과 교장의 지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공식적인 자리에 맞는 호칭을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 국방위원은 국방정책과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군의 운영과 정책을 점검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만큼 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장군과 제독을 구분하고 사관학교 교장의 지위를 이해하는 것은 고도의 군사 전문지식이 아니다. 국방위원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식이다. 이러한 기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국방위원으로서의 전문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더욱 중요한 것은 군에 대한 존중이다. 해군 장성을 제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해군이 지켜온 역사와 전통을 인정하는 일이다. 육군과 공군, 해병대에도 각자의 임무와 전통이 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군을 위한다는 말에 앞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조차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합동성과 통합을 먼저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합동성은 각 군의 차이를 없애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임무와 전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이를 하나의 전투력으로 결합하는 데서 출발한다. 각 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함께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합동성을 강화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합동성 강화와 조직의 통합은 같은 말이 아니다. 합동성은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통합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통합이 필요하다면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각 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합동성 강화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이기식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사·예비역 해군 중장. 前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이기식 예비역 중장 제공
국정감사에서 군의 발전과 장병들의 사기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에 대한 존중은 거창한 말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의 임무와 전통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호칭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작은 일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느낀 서글픔은 단순히 제독이라는 호칭을 듣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국방의 미래를 논하는 사람들이 과연 각 군을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각 군의 고유한 호칭과 전통을 존중하는 일조차 소홀히 하면서, 어떻게 그 군들이 하나로 싸우는 합동성과 통합을 제대로 논할 수 있겠는가.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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