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호남대교수
전남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의 통합을 넘어 지방분권 확대와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도시의 규모와 행정·경제적 역량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기대되는 변화다. 그러나 성장과 발전의 이면에서 우리는 점차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재난의 위험 또한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날 재난은 더 이상 단일한 사건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집중호우와 대형 산사태, 초대형 태풍과 폭염, 산업재해와 사회적 참사가 서로 얽히며 복합재난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초고령사회 진입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며, 재난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공동의 과제가 되고 있다.
통합특별시의 출범은 이러한 변화된 재난환경에 대한 새로운 대응체계를 요구한다. 그동안 광주광역시는 도시·산업형 재난에, 전라남도는 해안·농어촌형 재난에 각각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제 두 지역은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이며,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은 곧 통합특별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난관리 역시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광역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재난 현장의 최전선을 지켜온 자원봉사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광주와 전남의 주요 재난 현장마다 언제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했다. 기록적인 수해 복구 현장과 대형 산불 피해지역,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전선, 그리고 수많은 사회적 재난의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은 가장 먼저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가장 마지막까지 공동체의 곁을 지켰다.
그들의 헌신과 연대는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었다. 만약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공동체가 재난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이제 통합특별시 시대의 자원봉사는 행정의 빈틈을 메우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는 재난관리 체계의 핵심 축이자 민관협력을 이끄는 전략적 사회자산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특별시 자원봉사센터는 명실상부한 재난 자원봉사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광주와 전남의 자원봉사 역량을 통합하는 광역 자원봉사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통합특별시는 도시와 농촌, 해안과 내륙이 공존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따라서 자원봉사 조직 역시 도시형·농촌형·해안형·산업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권역별 체계를 갖추고, 통합특별시 자원봉사센터는 이를 총괄·조정하는 광역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의 역할을 재난 이후의 복구 단계에서 재난 이전의 예방과 대비 단계까지 확대해야 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안전지도 제작, 재난취약계층 상시 돌봄체계 구축, 대피소 운영 지원, 재난 대응 교육과 모의훈련, 심리·생활 회복 프로그램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재난 자원봉사 모델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확산해야 한다.
셋째, 초고령사회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난 취약계층 보호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독거노인, 장애인, 이동약자 등 재난에 취약한 시민들을 보호하는 일은 더 이상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안전의 문제다. 자원봉사센터는 행정과 민간,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주민 스스로 안전망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조직하는 지역사회 안전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재난에 강한 안전도시는 행정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가 제도적 안전망과 결합할 때 비로소 지역사회는 진정한 회복탄력성을 갖추게 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안전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의 가치를 정책적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특별시 시대의 자원봉사는 더 이상 재난 현장의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다. 재난의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 그리고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핵심 사회적 자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민의 힘을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키워가는 통합특별시 자원봉사센터가 있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안전망. 그것이야말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재난관리의 미래이며, 가장 강력하고 따뜻한 공동체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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