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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그 마지막 소리마저 불법이라면

지난해 11월 국회에 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처럼 학대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고, 그 녹음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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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지막 소리마저 불법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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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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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국회에 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처럼 학대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고, 그 녹음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올해 4월에는 공익 목적의 녹음과 공개를 처벌하지 않도록 통신비밀보호법을 고치자는 논의도 이어졌다. 그동안 외면해온 증거 공백 때문이다.

학대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다 보면 녹음된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 둔탁한 소리 뒤에 이어지는 울음, 낮게 깔린 욕설도 있다.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녹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때마다 적어도 이 파일은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아동, 중증장애인, 치매 노인, 전신마취 상태의 환자처럼 언어로 피해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녹음은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사실을 붙잡는 중요한 단서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예외없이 금지한다.

이 법은 1992년 대선 직전 있었던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이후, 정치적 도청과 불법녹음을 근절하고자 만들었다. 권력자의 밀실 대화를 함부로 엿듣지 말라고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날, 그 법은 학대받는 장애인을 위해 남긴 녹음까지 같은 방식으로 금지한다. 비밀을 보호하는 법이 침묵을 강요하는 법으로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 형사절차의 변화도 함께 보아야 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피해자가 범죄를 입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2022년부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낼 수조차 없다. 수사기관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피의자 진술을 영상 녹화해도 그 영상물을 공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방법도 없다.

게다가 수사지연까지 심각해지면서, 과학적 증거가 없는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힘을 잃기 쉽다. 그럴 때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담은 녹음은 사건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제3자 녹음을 전면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악의적 편집, 무분별한 공개, 사생활 침해의 위험은 분명히 통제되어야 한다. 다만 그 통제 방식이 일률적 금지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상은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처럼 스스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좁히고, 사유 역시 학대·방임·폭력 등 중대한 권리침해가 의심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면 충분하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온라인 폭로나 사적 제재가 아니라 수사기관, 법원, 감독기관 등 공적 절차에 제출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법원이 제3자 녹음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엄격히 심사하면 된다.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상 중요한 가치다. 다만 그 보호가 취약한 사람에 대한 범죄까지 함께 덮어 버려서는 곤란하다. 공적 시스템이 닿지 않는 시간과 장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당하고, 울고, 설명하지 못한 채 잊힌다.

6월22일 장애인 학대 예방의날을 맞아 묻고 싶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을 돕기 위해 제3자가 담은 소리까지 불법의 영역에 가두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그 마지막 소리마저 불법이라면, 법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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