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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관리된 긴장” 종전 MOU 체결 후에도 왜 총성은 울리나?…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종전 MOU가 체결된 이후에도 충성이 울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호르무즈, 평화가 아니라 관리된 긴장

그렇다고 종전 MOU 실패는 아니다

호르무즈와 레바논이 흔드는 미국·이란 종전 MOU

종전 MOU가 체결된 이후에도 충성이 울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평화는 왜 다시 시험받는가

2026년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14개 조항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중동을 뒤흔들었던 군사충돌은 공식적으로 중단됐고,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와 새로운 중동 질서의 출발을 기대했다. 전쟁은 끝났고, 평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이러한 기대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6월 25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상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중동에 전개돼 있던 항모강습단과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 및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활용해 즉각적인 보복공습을 명령했다. 이어 추가 선박 피격과 바레인 인근 드론 사건이 발생했으며, 같은 시기 레바논에서는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안보 프레임워크를 헤즈볼라가 거부하고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계속했다.

종전 문서는 존재했지만, 무력 사용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는 실패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현대 국제정치가 전쟁과 평화를 이분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를 이미 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평화가 시작되는 구조가 아니라, 제한적 무력 사용과 외교 협상이 동시에 작동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특히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자신의 정치적 결심과 동시에 즉시 군사행동으로 전환함으로써 외교와 군사력을 하나의 전략 속에서 운용한 대표적 사례를 보여줬다. 동시에 이란은 호르무즈를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을 유지했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전선에서 서로 다른 전략적 목표 아래 군사적 긴장과 협상을 병행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더 이상 단일한 전략이나 하나의 이론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최고통수권자의 현장 집행력, 위협의 지속, 전략적 후견체계, 정치적 수사와 실제 행동의 분리, 그리고 전략적 교착이 서로 맞물리면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새로운 국제질서, 곧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글은 호르무즈와 레바논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전개된 사건들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필자가 제시하는 미국의 ‘현장 집행력(AFIB·Active Force in Being)’, 위협 유지 전략( TIB·Threat in Being)‘, ’전략적 후견체계(Strategic Patronage System)‘, ‘정치적 수사와 실제 행동의 전략적 분리(Strategic Decoupling)’,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 그리고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이라는 여섯 가지 전략 개념이 현실에서 어떻게 동시에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종전 MOU 체결이후 현실에서 나타난 군사적 행동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호르무즈 첫 충돌: MOU는 문서였고, 해협은 여전히 전장이다

2026년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이 14개 조항의 종전 MOU에 서명하면서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를 기대했다.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세계 에너지 시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첫 번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종전 MOU는 현실에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026년 6월 25일,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상선 에버에블리(Ever Lovely)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복수의 자폭형 드론이 선박을 공격했으며, 최소 1대가 상부 구조물에 명중해 선체 일부가 손상됐다. 다행히 대규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선박은 항해를 계속했지만, 이번 사건은 종전 이후 호르무즈에서 발생한 첫 번째 중대한 무력 충돌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단순한 선박 피격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번 공격을 종전 MOU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란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즉각 군사력을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경고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인 6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동에 전개돼 있던 3개 항모강습단과 2개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전력을 기반으로 제한적 보복공습을 명령했다. 공습은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저장시설, 해안 레이더, 통신시설, 방공체계 등 군사 목표를 중심으로 실시됐으며, 미국은 이를 국제 항행의 자유와 종전 MOU의 이행을 위한 제한적 질서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긴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월 27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또 다른 유조선이 미확인 발사체의 공격을 받아 선체 일부가 손상됐으며, 같은 날 바레인은 자국 영해를 향한 이란 드론 위협을 공식적으로 규탄했다. 국제해사기구와 주요 해운업계는 경계 수준을 높였고, 다수의 선사들은 항로를 조정하거나 운항을 일시 연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봉쇄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재발할 수 있는 고위험 해역으로 다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종전 MOU는 전쟁을 종료시키는 정치적 문서였지만, 그것만으로 국제질서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여전히 군사력과 외교가 동시에 작동해야 유지될 수 있었으며, 협정의 실효성 역시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다. 그는 군사력을 단순한 억제 수단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이미 전개된 전력을 외교적 압박과 결합해 필요할 경우 즉시 군사행동으로 전환했고, 제한적 공습 이후에도 협상 자체는 유지했다. 이는 군사력과 외교를 상호 배타적인 선택으로 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속에서 동시에 운용한 것이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를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론과 해상 위협을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국제해상교통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협상력을 유지하려 했다. 즉,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한적 무력 사용과 외교를 병행했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발생한 첫 충돌은 종전 MOU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평화는 문서 한 장으로 완성되는 상태가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가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관리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실증 사례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필자가 제시하는 ‘현장 집행력(AFIB·Active Force in Being)’이다.

미국의 현장 집행력(AFIB)이 작동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AFIB는 어떻게 작동했는가: 트럼프는 왜 즉시 행동할 수 있었는가

2026년 6월 2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이 드론 공격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단순한 선박 피격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국제 해상교통과 항행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자, 불과 일주일 전에 체결된 종전 MOU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공격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었다. 그는 장기간 추가 병력을 증원하거나 새로운 전력을 전개하지 않았다. 이미 중동에 배치돼 있던 3개 항모강습단과 2개 상륙강습단, 전략폭격기 및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자신의 정치적 결심과 동시에 군사행동으로 전환했다. 하루 만에 이뤄진 제한적 보복공습은 드론 및 미사일 저장시설, 해안 레이더, 통신시설, 방공체계 등 군사 목표를 정밀 타격했고, 협상 역시 중단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필자가 제시하는 ‘현장 집행력(AFIB·Active Force in Being)’의 핵심이다. 전통적인 ‘현존 함대(FIB·Fleet in Being)’는 함대나 군사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통해 상대를 억제하는 전략이다. 전력이 실제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 상대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FIB의 기본 논리이다.

반면 AFIB는 단순히 전력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결심과 통수권 행사에 의해 실제 군사행동으로 전환돼 국제질서를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AFIB의 핵심은 군사력의 규모가 아니라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의지가 이미 전개된 전력을 통해 지체 없이 행동으로 구현되는 능력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AFIB는 기존의 여러 군사 개념과도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함포 외교(Gunboat Diplomacy)’는 군사력을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며, ‘군사 강압(Military Coercion)’은 군사적 압박을 통해 상대의 행동 변화를 강요하는 전략이다. ‘군사력 기반 외교적 압박(Military Blackmail)’은 군사적 협박 자체에 초점을 두고, ‘블러핑(Bluffing)’은 실제 사용할 의도가 없는 군사력을 과장하여 상대를 속이는 전략이다. ‘보복(Retaliation)’은 공격 이후 이뤄지는 보복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AFIB는 이러한 개념들과 동일하지 않다. AFIB는 특정한 외교전략도, 단순한 강압이나 보복 방식도 아니다. 그것은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결심을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통해 즉시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적 운용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함포 외교(Gunboat Diplomacy)나 군사 강압(Military Coercion)이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목적을 설명한다면, AFIB는 그러한 목적을 ‘어떻게 즉시 실행하는가’를 설명하는 새로운 운용 개념이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이러한 AFIB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첫 번째 실증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이란에 외교적 선택의 기회를 제시한 뒤, 이를 수용하지 않자 이미 전개된 전력을 즉시 군사행동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제한적 공습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 유지했다. 즉, 외교와 군사행동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속에서 동시에 운용된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군사력이 외교를 지원하는 시대를 넘어,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결심이 전개된 군사력을 통해 행동으로 구현되고, 그 행동이 다시 외교와 연결되는 새로운 국제정치의 작동 방식을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AFIB가 기존 군사이론과 구별되는 이유이며, 오늘날 제한전쟁 시대를 설명하는 새로운 전략적 운용 개념인 이유이다.

위협 유지전략(TIB)를 통해 이란이 어떻게 버티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TIB는 여전히 작동하는가: 이란은 어떻게 버티면서 협상력을 유지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보복공습을 실시한 이후에도 이란은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전략적 압박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한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협상력을 지속하는 전략을 선택헸다.

이러한 모습은 필자가 제시하는 ‘위협 유지전략(TIB·Threat in Being)’의 작동 방식을 잘 보여준다. TIB는 상대를 군사적으로 격파하는 전략이 아니다. 언제든 국제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협을 지속함으로써 상대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하는 전략이다. 핵심은 실제 공격보다 ‘언제든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계속 유지하는 데 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자산이다. 세계 원유 해상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는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국제 에너지시장과 해상물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25일 상선 피격 이후 국제 해운업계는 경계 수준을 높였고, 일부 선사들은 운항을 조정하거나 연기했다. 해협은 계속 열려 있었지만, 국제사회는 언제든 다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점에서 TIB는 단순한 군사위협과도 차이가 있다. 억제(Deterrence)가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TIB는 위협 자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상대가 항상 그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또한 군사 강압(Military Coercion)처럼 상대에게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강요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협상력을 유지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도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다. 국제법적 비난과 경제적 부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군사 대응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드론과 해상 위협,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것이 바로 TIB의 핵심이다. 실제 공격은 제한적이었지만, 위협은 계속 존재했다. 그리고 그 위협 자체가 협상력으로 전환됐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TIB가 단순한 군사전략이 아니라, 약한 국가가 강한 상대와의 전략 경쟁에서 생존과 협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선택하는 현실적인 전략임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AFIB가 질서를 즉시 집행하는 전략이라면, 이란의 TIB는 질서를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AFIB와 TIB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하나는 질서를 집행하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협이다. 그리고 이 두 전략이 동시에 작동할 때 전면전도 완전한 평화도 아닌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된다.

이란의 전략적 후견체계와 레바논 전선이 흔들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전략적 후견체계는 왜 여전히 작동하는가: 레바논 전선은 왜 다시 흔들렸는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동안 레바논에서도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새로운 안보 프레임워크가 마련됐지만, 헤즈볼라는 이를 즉각 거부했다. 이스라엘 역시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남부 레바논에서는 제한적 공습과 무력 충돌이 계속 이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휴전 협상이 실패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중동 분쟁이 국가 대 국가의 전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을 설명하는 개념이 전략적 후견체계(Strategic Patronage System)이다. 전략적 후견체계는 강대국 또는 지역 강국이 동맹국이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군사, 경제, 외교, 정보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후원관계가 아니다. 후견국은 직접 전쟁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지속할 수 있으며, 지원을 받는 행위자는 군사적 생존과 협상력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략적 후견체계는 특정 조직을 지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하나의 국제정치 구조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직접 미국과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가 독자적인 군사적 압박을 지속했다. 이스라엘 역시 안보 프레임워크에 참여하면서도 군사작전을 계속했다.

결국 레바논 전선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와 별개의 전장이 아니라, MOU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또 하나의 전략 공간이 되었다. 특히 헤즈볼라의 존재는 전략적 후견체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헤즈볼라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란의 군사·재정·정치적 지원이라는 전략적 후견체계 속에서 장기간 생존과 군사력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동맹관계보다 훨씬 지속성이 강하며, 지역 분쟁이 쉽게 종결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러한 전략적 후견체계는 헤즈볼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조직, 시리아의 친이란 세력,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제공하는 다양한 외교적·경제적 지원 역시 같은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현대의 제한전쟁은 국가만의 경쟁이 아니다. 후견국과 대리세력, 외교와 군사,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하나의 전략체계 속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적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레바논 사태는 이러한 전력적 후견체계가 오늘날 중동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은 왜 작동하는가: 말과 행동은 왜 서로 달랐는가

이번 호르무즈 사태를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종전 MOU를 유지하겠다고 말하면서 왜 즉시 보복공습을 명령했는가. 반대로 이란은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왜 호르무즈에서 위협을 유지했는가. 또한 이스라엘은 평화 프레임워크에 참여하면서도 왜 레바논 공습을 계속했으며, 헤즈볼라는 협정을 거부하면서도 왜 전면전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겉으로 보면 이들의 행동은 서로 모순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로 이 점을 설명하는 개념이 ‘정치적 수사와 실제 행동의 전략적 분리(Strategic Decoupling·전략적 디커플링)’이다. 전략적 디커플링은 정치적 수사와 실제 전략행동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운용함으로써 협상력과 군사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운용 방식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 가운데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수사는 협상과 국제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며, 실제 행동은 군사적 억제와 질서 유지를 위한 전략이다. 따라서 둘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적을 수행하는 두 개의 전략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는 종전 MOU의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는 즉각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하였다. 이란 역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호르무즈에서 위협을 유지하였다. 이스라엘은 평화 프레임워크에 참여하면서도 군사작전을 계속하였고, 헤즈볼라는 협정을 거부하면서도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피했다. 이처럼 네 행위자는 모두 정치적 수사와 실제 행동을 서로 다른 전략적 기능으로 운용했다.

따라서 오늘날 국제정치를 지도자의 발언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현대의 제한전쟁에서는 말보다 행동을, 선언보다 실제 군사력 운용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전략적 디커플링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정치적 수사와 실제 군사력 운용이 서로 다른 전략적 기능으로 분리돼 작동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분리가 오히려 협상력과 군사적 안정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평화는 충돌의 긴장속에서 관리되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평화는 관리되는 것이다

종전 MOU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다시 총성이 울렸고, 레바논에서는 제한적 군사행동이 계속되었다. 문서는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지만, 현장은 아직 완전한 평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평화는 다시 흔들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종전 MOU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평화란 하나의 문서나 선언으로 완성되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현대의 제한전쟁에서는 군사력과 외교, 억제와 협상, 위협과 질서 집행이 동시에 작동하며 국제질서를 유지한다.

이번 호르무즈와 레바논 사태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첫 번째 실증 사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개된 군사력을 자신의 정치적 결심과 동시에 행동으로 전환함으로써 AFIB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을 지속함으로써 TIB를 유지했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전략적 후견체계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했고, 모든 행위자는 정치적 수사와 실제 군사력 운용을 서로 다른 전략적 기능으로 운용하는 전략적 디커플링을 보여줬다. 이러한 전략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중동은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아닌 전략적 교착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국제질서가 바로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이다. 관리된 긴장은 또 하나의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AFIB, TIB, 전략적 관리체계, 전략적 디커플링 그리고 전략적 교착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형성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 국제정치를 전쟁과 평화라는 이분법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의 국제정치는 제한적 무력 사용과 외교 협상, 정치적 수사와 실제 군사력 운용이 서로 맞물리며 긴장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평화는 더 이상 전쟁이 끝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 평화는 끊임없이 시험받고, 조정되며, 관리되는 과정이다. 바로 그 점에서 2026년 6월의 호르무즈와 레바논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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