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충북도 스마트농산과 주무관
▲ 강창원 충북도 스마트농산과 주무관
행정은 종종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농업 현장에서는 그 지체가 더 치명적이다. 계절은 기다려주지 않고, 작물은 행정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자라주지 않는다. 농업인은 지금 당장 시설을 고쳐야 하고, 판로를 찾아야 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행정이 “규정상 어렵다”, “다음에 검토하겠다”는 말에 머문다면 농가는 한철을 놓치고, 한 해 농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농정에서의 적극행정은 단순한 친절이나 열정이 아니라, 농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행정 방식이다.
지금 충북 농업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고령화와 인력난, 기후위기, 유통환경 변화 속에서 농업은 더 이상 경험과 감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럴수록 공직자의 역할은 분명하다.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연결하고 풀어내는 것이다. 적극행정은 결국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충북이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육성정책은 적극행정의 대표적 실천 현장이다.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은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어도 초기 투자비와 기술 장벽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이때 행정이 단순히 공모사업을 안내하는 데서 멈춘다면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다. 반대로 현장에 맞는 장비 수준과 재배 품목, 교육, 임대형 스마트팜 연계까지 함께 설계한다면 청년의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농촌에는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수 있다. 같은 사업이라도 단순 집행에 머무를 것인지, 현장 정착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기후변화 대응도 마찬가지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충북 농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 상승, 병해충 증가, 생리장해 확대는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적극행정은 피해 발생 후 지원금을 검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 기술지도, 스마트 환경제어 장비 보급, 재해예방형 시설 개선, 품목별 대응정보를 신속히 연결하여 피해를 줄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후 위로’보다 ‘사전 대응’이다.
유통 분야에서도 적극행정은 중요하다. 충북의 우수 농산물이 제값을 받으려면 생산만큼이나 판로가 중요하다. 행정은 단순히 지원사업을 나열하는 기관이 아니라, 생산자 조직화와 공동선별, 로컬푸드 직매장 연계, 수출단지 육성, 데이터 기반 수급관리까지 이어주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농업인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면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정”을 체감할 때 적극행정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가 될 것이다.
농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내기 철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출하 시기를 놓치면 가격은 흔들린다. 그래서 농정에서의 적극행정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제도의 문턱을 낮추며 필요한 지원이 제때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인의 오늘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직자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가장 책임 있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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