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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운전대를 흔드는 또 하나의 위험 ‘약물운전’

작년 한 연예인이 운전 중 이상 행동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마약 투약 의혹까지 나왔지만 조사 결과는 예방 밖이었다. 불법 마약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원인이었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질문 하나가 남았다.

[기고] 운전대를 흔드는 또 하나의 위험 ‘약물운전’

윤정구 대구 중부경찰서 경무과장·경정

작년 한 연예인이 운전 중 이상 행동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마약 투약 의혹까지 나왔지만 조사 결과는 예방 밖이었다. 불법 마약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원인이었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질문 하나가 남았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마약도 하지 않았는데 왜 운전은 흔들렸을까?’

우리는 음주운전의 위험을 잘 안다. 마약을 투약 후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또 다른 위험에는 여전히 둔감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정신과 치료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일부 감기약을 복용한 채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는 일 이른바 ‘약물운전’이다.

약물운전이 더 무서운 이유는 대부분 악의 없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감기약 한 봉지, 수면제 한 알, 불안장애 치료제 한 번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처방받은 약이니 괜찮겠지’라고 믿는다. 몸이 조금 무겁고 졸리더라도 잠깐 운전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약물은 졸음과 집중력 저하, 반응속도 감소, 판단력 저하를 유발한다. 운전자 스스로 정상이라고 느껴도 실제 운전 능력은 이미 손상돼 있을 수 있다. 도로 위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사고를 만든다.

과거 마약운전이 사회 문제가 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운전자의 판단 능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약물운전은 불법 마약과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고 피해자에게 그 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술이든, 마약이든, 처방약 때문이든 결과는 하나다. 누군가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더 큰 문제는 인식이다. 음주운전은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약물운전은 아직 “약 먹은 것뿐인데”라는 말로 쉽게 지나간다. 위험을 모른 채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운전자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운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은 처방 과정에서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인지 더 분명히 알려야 한다. 운전자도 약을 받을 때 “운전해도 되는 약인가요?”라며 묻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약 봉투와 설명서의 ‘졸음 주의’, ‘운전 주의’ 문구는 형식적인 안내가 아니다. 사고를 막는 신호다.

음주운전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한 사회적 금기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고와 희생을 겪은 뒤에야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일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약물운전도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다. 도로 위 비극은 거창한 악의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병원 약인데 설마?’라는 평범한 방심에서 시작될 때가 더 많다. 오늘 복용한 약이 나의 판단을 흐리지는 않는지, 반응속도를 늦추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일. 이것이 새로운 교통안전의 기본이 돼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술 냄새만이 아니다. 때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위험이 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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