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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K금형 이어갈 '제조AI' 시급하다

반도체가 데이터의 고속도로라면, 뿌리산업은 그 데이터를 담는 그릇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뼈대다. 이 산업을 국가 전략 인프라로 격상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실패의...

[기고] K금형 이어갈 '제조AI' 시급하다

숙련공 뒤이을 인재 없어

기술 노하우 점차 사라져

中企 과감한 인프라 지원

제조 데이터부터 모아야

조영빈 오토폼 코리아 대표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그중에서도 금형산업의 현실은 '산업의 노령화'라는 말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기계가 돌아가고 납기는 맞추고 있으니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숙련공의 퇴장과 함께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유전자가 소리 없이 증발하고 있다.

공장 안의 암묵지(暗默知)는 사람 안에 살아 있는데, 그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50대 후반의 기능장 한 명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핵심 공정 하나가 통째로 흔들린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탱해왔으나 이제는 옥죄고 있는 '낡은 방식을 멈추는 결단'이다. 이것은 편안하게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수술대에 올라 생존할 것인가의 문제다.

위기의 본질은 인건비 싸움이 아니라 '원가 구조의 혁신 속도'에서 뒤처진 데 있다. 중국 금형산업은 이미 디지털 설계와 시뮬레이션으로 시행착오 비용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반면 한국 금형은 그 강점을 시스템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현장의 경험이 데이터로 축적되지 않고 개인의 감각에 머물러 있는 사이 글로벌 경쟁의 판도는 지능형 제조로 넘어갔다.

이제 숙련자의 판단은 시뮬레이션으로, 현장의 경험은 데이터로, 반복되는 선택은 인공지능(AI)의 보조로 확장돼야 한다. 기술을 사람의 몸속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산업의 시스템 안으로 옮겨야 한다. 이 전환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자동차 OEM, 부품사, 금형사가 서로 다른 언어로 일하는 한 디지털 전환은 단편적 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공통언어가 돼야 한다. 오토폼 같은 공정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설계와 제조, OEM과 협력사의 경험을 단일한 데이터로 잇는 산업의 번역기이자 매개체인 이유다. 그러나 이 전환을 영세한 중소기업 혼자 감당하라는 것은 가혹하다. 정부는 일회성 보조금을 넘어 고성능 시뮬레이션을 공유하는 '제조 AI 클라우드 센터'를 구축하고, 핵심 장비 한두 대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확인하는 소규모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턱을 낮춰야 들어올 수 있다.

뿌리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반도체가 데이터의 고속도로라면, 뿌리산업은 그 데이터를 담는 그릇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뼈대다. 이 산업을 국가 전략 인프라로 격상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실패의 리스크'를 국가가 분담하지 않는다면, 어떤 경영자도 선뜻 자신의 공장을 수술대에 올릴 수 없다. 정부는 '도와주겠다'는 시혜적 태도를 버리고 '국가 인프라를 깐다'는 전략적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AI는 단숨에 모든 것을 해결해줄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를 1%라도 줄여주고, 숙련공 없이도 공장이 멈추지 않게 하는 유일한 생존 도구임은 분명하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로 판을 깔아주고, 기업은 익숙함과 결별해 디지털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조영빈 오토폼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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