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이즈 AI 이승민 아시아태평양 기술총괄
[아이티데일리]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더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한 자리에 앉아 한목소리로 AI 시스템이 AI 시스템을 만드는 데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으며, 루프가 닫히는 순간을 향해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 CEO는 AI의 발전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는 상태를 “루프를 닫는다(Closing the loop)”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루프가 닫히는 순간 기술 발전은 복리로 가속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가속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 연구자 한 명이 하루에 돌릴 수 있는 실험은 많아야 수십 건이지만, AI가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한다면 같은 시간 안에 수천, 수만 건의 반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입이 사라지는 순간 개선의 속도는 인간의 인지 속도가 아니라 기계의 연산 속도에 맞춰 재설정된다.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을 설계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다음 실험을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이 24시간 중단 없이 수천, 수만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증명한 인물은 오픈AI 창립 멤버이자 테슬라 AI 디렉터를 역임한, 업계 최정상급 연구자로 꼽히는 안드레이 카파시다. 그는 최근 공개한 자신의 실험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병목이었다.”
그가 2026년 3월에 공개한 autoresearch 프로젝트는 데이터셋, 모델 학습, 그리고 시스템 프롬프트 하나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의 자기개선 에이전트다. 이 에이전트는 하룻밤만에 약 100회의 실험을 수행하고, 카파시 본인도 찾아내지 못했던 튜닝 포인트들을 발견해 모델 성능을 개선해냈다.
업계 경력 20년의 최정상급 연구자가 모델 개발에 참여하지 않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온 이 발견은 앞으로의 AI 발전 방향이 다시 한번 큰 폭으로 바뀔 것임을 시사한다.
2026년 3월까지의 AI 발전 방향이 인간 전문가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암묵지를 명시적인 워크플로우(또는 하네스)로 “번역”해내는 일이었다고 하면 - 이것을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 autoresearch 이후의 발전 방향은 하네스의 작성마저도 AI 모델에게 넘겨주고 인간은 오직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해주는 취향과 안목 제공자의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정상급의 AI 전문가이자 직접 AI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비팩토리의 노정석 대표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두고 “이제 모든 문제가 탐색 문제로 치환되었다”고 말하였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연산자원을 이용해서 모든 문제를 탐색 문제로 치환해 버린 것이다. 어떤 도메인의 문제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연산자원을 투입해서 다 가보는 것이다. 개선되면 반영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넘어가는 방식으로. 핵심은 결국 보상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는 환경이 있느냐 없느냐, 이것밖에 없다.”
다시 말해, 2026년 4월 현재의 기술만 가지고도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만 데이터셋으로 제공해주면 구체적인 하네스의 형태는 AI가 직접 설계하고 구현해낼 수 있다.
결국 데이터셋 싸움, 평가 싸움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답은 더 큰 모델도, 더 많은 GPU도 아니다. 자사 도메인에서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를 정의할 수 있는 평가 데이터셋,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수천 번의 실험을 일관되게 채점할 수 있는 평가 체계다. 카파시의 autoresearch가 작동한 이유는 ‘GPT-2 수준 달성까지의 시간’이라는 명확한 평가 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가 신호가 없는 도메인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에이전트를 붙여도 루프가 돌지 않는다. 모델은 점점 상품(commodity)이 되어가지만, 데이터셋과 평가는 각 조직이 스스로 쌓아야 한다. 결국 루프를 닫을 수 있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격차는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셋과 평가에서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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