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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융안정 흔드는 중동전쟁...장기화시 리스크는

그러면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 AI버블(인공지능 거품) 경계감 등이 부각될 때마다 국내외 자산가격 조정 및 머니 무브(자금 이동) 등을 통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금융안정 흔드는 중동전쟁...장기화시 리스크는

[업다운뉴스 김한석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단기적인 불안 수준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15.3으로 5개월째 15대에서 횡보하며 38개월 연속 주의단계(12~24)를 유지했다. 중장기 금융불균형 축적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4분기말 48.1로 전기 대비 2.7포인트(p) 올라 4년 9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7개 분기 연속 오름세다.

한국은행이 26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공개한 최근 금융시스템 불안·취약 수준이다. 신용축적과 금융기관 복원력 등으로 측정한 FVI는 서울 주택가격·주가 상승 등에 따라 크게 오르면서 장기평균(45.4)까지 넘어섰다. 이날까지 입수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은이 추정한 3월 FSI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란 전쟁으로 폭발한 이후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사진=연합뉴스]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두 지표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을 기반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나, 외환·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취약부문 부실 확대, 금융불균형 축적 등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 AI버블(인공지능 거품) 경계감 등이 부각될 때마다 국내외 자산가격 조정 및 머니 무브(자금 이동) 등을 통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달 FSI 반등세로 비춰볼 때 중동 전쟁이 금융안정 경로의 핵심 변수로 부각된다. 한은은 “앞으로 금융안정 상황은 내수회복 속도, 부동산시장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전쟁 발발 4주째에도 종전·휴전 논의 자체가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 불확실성만 키우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가 문제다. 중동상황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교란은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지속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갈수록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고환율로 커지는 실물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 위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기조 유지의 불확실성 등 대내외 요인이 맞물리면서 최근 높은 수준의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환·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출렁이는 상황이 지속될 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도 하락하면서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악화와 회사채 차환 리스크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한은은 ‘중동상황 영향’에 대한 별도 분석에서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기업은 원가 부담 증가 등을 통해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취약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거나 회사채 차환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신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환하려 해도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까지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석유화학 업종이 취약하다고 봤다. 중동지역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 과잉 상황에서 가격 전이로 원가 상승분을 보전하기도 어려워 재무건정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국인 만큼 전쟁에 따른 외환·금융시장 변동성도 유독 컸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 수입액 비율은 2024년 기준 4.6%에 달하고, 원유 수입 지역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물량 기준 70.7%에 이른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 매도, 주식시장으로 향한 머니 무브, 지난달말 역대 최고치인 32조원대로 치솟은 증권사 신용융자 확대 등이 중동전쟁 전후 주식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특히 주가 급등에 단기 수익을 좇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이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지난달말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것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쟁 여파로 실물경제 부진이 깊어질 경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금융시스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나왔다. 한은은 중동 사태를 포함한 대내외 거시·금융변수 충격이 금융기관 손실· 부도확률 상승을 통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향후 2년간의 '비관'과 '심각'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비관 시나리오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금융자산과 원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동반 급락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수준의 주가 하락이 나타나는 가운데 유가는 일시적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준까지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이에 더해 심각 시나리오는 중동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높은 수준을 3분기가량 지속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실물경제 부진이 나타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수준의 극한 스트레스 상황을 상정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심각 시나리오에서 예금취급기관 자본비율이 상당 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물경제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부동산 침체·업황부진 기업 부실 등 양극화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했다.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는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악화 등으로 자본 비율이 더 크게 하락했다.

또한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증권·보험사의 손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손실은 자기자본 대비 각각 최대 17%·2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사의 경우 시장손실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한은은 "글로벌 자산가격 조정, 성장 양극화 등 취약요인이 현실화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적 환경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자산가격 조정과 같은 복합적인 대외충격이 특정 취약 부문에 집중되며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예상보다 큰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취약요인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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