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 사고를 둘러싼 책임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흐름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금융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 및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금융 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주간한국이 국내 주요 금융 기업들을 대상으로 알아봤습니다.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주간한국 손재하 기자] 책무구조도 적용을 앞두고 대형 카드사의 내부 통제 책임 압박이 커지고 있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그리고 우리카드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업계 전반에 보안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카드는 책무구조도 적용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가맹점주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제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부 통제 정비에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카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년 카드 모집인 영업 과정에서 가맹점 대표자 약 7만 5000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우리카드는 곤욕을 치렀다. 개인정보는 성명·전화번호·우리카드 가입 여부 등으로 같은 해 카드 모집인에게 넘어가 당사자 동의 없이 마케팅에 활용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신용정보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우리카드는 내부 통제 채널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자체적으로 인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내부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카드는 소비자 보호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이행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우리카드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지난 3월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는 우리카드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최상위 협의체로 운영된다. 이사회 내 독립적인 소위원회 형태로, 소비자 보호 정책과 전략을 심의·의결한다.
우리카드에 따르면 초대 위원장으로 장용성 사외이사가 낙점됐다. 장 초대 위원장은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 소비자 보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조직 내 소비자 보호 문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 사진=우리카드
아울러 우리카드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카드 이사회 의장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신현택 사외의사가 맡았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 통제 책임이 보다 구체화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책무구도조가 여신전문금융회사까지 확대 적용된다면 카드사 전반의 거버넌스 체계와 소비자 보호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카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내부 통제 체계 정비와 소비자 보호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외부 법무법인의 컨설팅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마련했고 제도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 통제 관리체계의 조기 안착을 위해 추진 중인 시범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관련 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는 데이터가 외부로 흐르는 접점이 많아 정보 유출 사고의 개연성이 높다”며 “마케팅 대행사, 카드 모집인, 정보기술(IT) 수탁사 등 외부 협력사와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무구조도는 사고를 100% 막는 방패는 아니지만, 사고 발생시 누구의 책임인지를 명확히 한다”며 “임원들이 모른다고 회피할 수 없게 만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하향식 내부 통제 강화를 유도하므로 예방 실효성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재하 기자 hksons188@hankooki.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