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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욕민국] ② "사랑은 원금 손실"···2030, 만남을 손절하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금욕민국] ② "사랑은 원금 손실"···2030, 만남을 손절하다

'금욕민국(禁慾民國)'

청년 취업 준비 기간 1년 상회

물가 급등에 교류 여력도 상실

감정 투자 대신 자기계발 집중

혼인·출산율 급락 거시적 위기

‘성, 영어로 섹스(SEX)’라는 단어를 꺼내면 분위기가 굳는다. 10명 중 9명은 시선을 피한다. 말을 꺼낸 사람은 금세 자극만 좇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인간은 번식을 택해 영생을 이어왔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성은 다른 언어로 불린다. 범죄, 수치, 자극. 저출산 해법은 정책에 집중돼 있다. 돈, 집, 시간. 왜 만나지 않는지, 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다. 극단으로 흐른 성 인식, 위축된 여성과 남성,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 여성경제신문이 묻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을까. 껍질을 벗기면 구조가 드러난다. [편집자 주]

# 서른 살 취업준비생 김진우(남·24·가명) 씨에게 연애와 인간관계는 이력서 빈칸을 채우기 위해 반드시 도려내야 할 '비효율적인 사치'가 됐다. 졸업 후 1년이 넘도록 자격증 취득과 인턴십이라는 촘촘한 시간표에 갇혀 지내는 김씨.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나누는 일은 치솟는 외식비와 교통비를 감당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이자 합격 가능성을 낮추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불확실한 감정 투자 대신 토익 점수와 직무 역량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김씨의 고립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원자화시킨 청년 세대의 '합리적 생존 전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 청년층(2030세대) 일상에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 항목이 급격히 소거되고 있다. 과거 개인의 내밀한 감정 영역이거나 자연스러운 발달 과업으로 여겨지던 연애·교류가 물리적 시간 부족과 경제적 한계라는 거시적 구조에 부딪혀 강제로 유보되는 양상이다.

14일 여성경제신문 기획 '금욕민국(禁慾民國)' 두번째 이야기는 노동시장 환경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MZ세대의 '합리적 생존 전략'을 뜯어본다. 감정 교류에 할당되던 여력은 취업 준비와 자기계발 등 필수 생존 일정으로 전면 편입됐다.

핵심 요약 (Key Takeaways)

관계의 '사치재' 전락: 청년층 실질 구매력이 4년 전보다 하락하며 식비·주거비 등 필수 생존 비용이 지출의 45%를 점유, 인간관계를 최우선 삭감해야 할 '비효율 항목'으로 재편.

시간 빈곤의 고착화: 첫 취업까지 평균 1년을 상회하는 유예 기간과 고도화된 스펙 경쟁이 2030세대의 일상을 잠식, 타인과의 교류에 투입할 물리적 잉여 시간 구조적 배제.

감정 자본주의의 발현: 불확실한 감정 투자(연애·교류)를 기피하고, 투입 대비 결과가 확실한 자기계발에 가용 자본을 집중 배치하는 '합리적 투자자' 형태의 청년상 부상.

24/7 노동 체제 확산: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업무와 사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며 독립적 여가 시간이 노동 재생산을 위한 대기 시간으로 변질, 관계 형성 여력 원천 봉쇄.

거시적 인구 위기 직결: 사회 구조적 압박에 의한 '합리적 포기'가 개인의 원자화를 가속, 이는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혼인 지연과 출산율 급락이라는 국가적 소멸 위기로 연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2030세대가 시간 빈곤과 경제적 한계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는 ‘합리적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실질 소득 정체와 물가 폭등 속에서 연애와 교류는 고비용 사치재로 전락했다. 불확실한 감정 대신 이력서 스펙 등 확실한 보상에 자본을 집중하는 이 생존 전략은 결국 인구 구조 붕괴라는 거시적 위기로 직결된다. /챗GPT

취업 준비 1년 초과···‘시간 빈곤’ 갇힌 청년들

청년층이 만남을 포기하는 1차 원인은 '물리적 시간 부족'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 이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학교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 준비 기간은 1년을 크게 웃돌았다.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유예 기간 청년들의 일상은 △자격증 취득 △어학 점수 확보 △인턴십 수행 등 고도화된 스펙 경쟁에 집중된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촘촘하게 짜인 취업 준비 시간표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투입할 잉여 시간은 배제된다. 일명 '시간 빈곤'은 감정 교류 단절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취업 전까지 사적인 관계 형성을 통제해야 한다는 규범이 청년 세대 전반의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시간적 여유 부재'는 가장 명확한 고립의 명분이 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주거비···연애는 ‘고비용 사치재’ 전락

고착화된 경제적 요인은 관계 형성 진입 장벽을 직각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통계청이 2024년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등 경제 지표를 보면 청년층 실질 소득은 장기간 정체된 반면 주거비·외식비 등 필수 생활비 규모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30 1인 가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상반기 기준 명목 소득은 2021년 대비 약 10%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누적 약 12%)을 고려하면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청년층 관계 단절의 주원인은 '시간 빈곤'과 '경제적 장벽'이다. 취업 준비 장기화와 고도화된 스펙 경쟁으로 관계 형성에 필요한 잉여 시간이 구조적으로 배제됐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12%)이 명목 소득 증가율(10%)을 앞지르며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자, 연애 등 사적 교류는 생존을 위해 통제해야 할 '고비용 사치재'가 됐다. /구글 제미나이 캔바스

주거비와 식비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약 35%에서 2024년 45% 수준으로 치솟았다. 소득에서 세금과 필수 생존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타인과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여유 자금’은 4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

현실적으로 타인과의 만남·교류 활동에는 △식비 △교통비 △문화생활비 등 직접적인 재무 지출이 수반된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고정 소득이 불안정한 구직자나 사회 초년생에게 이런 지출은 생존 기초 유지비용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직결된다.

생활 물가 팽창은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마저 고도의 지불 능력을 요구하는 '값비싼 사치재' 영역으로 밀어냈다. 당장의 물리적 생존이라는 최우선 과제 앞에서 재무적 지출을 동반하는 감정 노동은 가계부에서 가장 먼저 삭감해야 할 '비효율 지출 항목'으로 분류됐다.

철저한 편익 계산···‘감정 자본’ 효율적 재배치

# 서른두 살 직장인 최준혁(가명)씨에게 연애는 철저한 ‘손익 계산서’를 따져봐야 하는 고위험 투자 상품과 같다. 관계는 자칫 갈등이나 이별이라는 ‘원금 손실’만 남긴 채 끝날 수 있다는 불안이 그를 지배한다. 결국 그는 상처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감정의 도박판에 자신을 내던지는 대신, 투자한 만큼 스펙이라는 결과물로 치환되는 자기계발 시장에 자본을 집중 배분하며 ‘관계로부터의 자발적 퇴장’을 선택했다.

미국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저서 <왜 사랑은 아픈가>(2012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편익과 보상의 틀 안에서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현상을 분석했다. 이른바 '감정 자본주의' 발현이다. 현대 개인은 고도화된 합리적 판단 구조에 편입돼 불확실성이 높은 감정 투자를 기피한다.

에바 일루즈는 현대 인간관계가 수익률(ROI)을 따지는 ‘감정 자본주의’로 변질됐다고 분석한다. 청년들은 갈등이나 이별 같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연애 대신, 이력서 스펙처럼 확실한 보상이 보장되는 자기계발에 감정 자본을 우선 배분한다. 결국 관계 단절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청년 세대의 철저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다. /유튜브

이에 따르면 과거의 사랑이 불확실성에 몸을 던지는 운명적 사건이었다면, 현대의 관계는 마치 주식 투자처럼 투입 대비 수익률(ROI)을 꼼꼼히 따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제적 선택으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갈등이나 이별이라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깊은 관계 맺기를 원천 차단하고, 그 대신 확실한 보상이 보장되는 자기계발이나 자격증 취득에 자신의 '감정 자본'을 우선 배분하는 합리적 투자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후로다 겐지 오사카부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관계 형성은 필연적으로 방대한 시간과 감정 투입을 요구하며 때로는 갈등이라는 위험 요소를 수반한다"면서 "반면 동일한 시간과 자본을 어학 공부나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에 투자할 경우 그 성과는 이력서 한 줄이라는 명확한 결과물로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된 자기계발에 가용 자본을 집중하는 자원 재배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터 팽창과 글로벌 고립 트렌드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을 넘어 고도화된 자본주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청년층의 보편적 궤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자 니콜라스 블룸 등이 참여한 2019년 노동 환경 연구는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경쟁 시스템 심화로 업무와 개인 삶의 경계가 융합되는 현상을 증명했다.

현대 청년들은 불확실한 인간관계 대신 수익률이 확실한 자기계발에 감정 자본을 투자하는 ‘합리적 포기’를 선택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로 인한 일터의 팽창과 경제적 불안정은 관계 형성을 ‘고위험 자산’으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개인의 원자화는 결국 혼인·출산율 급락으로 이어져 거시적 인구 구조 붕괴를 초래하는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 /김현우 기자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주도한 해당 연구는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실험(RCT)과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병행하며 '업무의 시공간적 팽창' 현상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기기를 통한 실시간 연결성이 노동자에게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당초 기대와 달리, 오히려 퇴근 후에도 일터의 요구가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끊임없이 침투하며 '연중무휴(24/7) 노동 체제'를 고착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국 기술의 진보가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얘기다. 과거 개인이 타인과 교류하며 정서적 유대를 쌓는 데 활용했던 독립적인 여가 시간마저 노동 재생산을 위한 대기 시간으로 편입되는 '관계 자본의 원천 봉쇄'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피우연구센터가 2020년 발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 다수 국가 미혼 청년 집단은 관계 형성을 적극 유보하는 핵심 배경으로 '만성 경제 불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자본 논리가 감정 논리를 압도하는 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극한의 위험 회피 본능을 발동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인구구조 붕괴 직결되는 거시적 위기

야근을 감내하고 학업과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 일상은 표면적으로 자발적 선택처럼 보인다. 한데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 압박이 만들어낸 절박한 생존 전략이 자리한다.

'합리적 포기' 궤적이 장기화할수록 사회 전체 원자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청년층 교류망 붕괴는 단기적 외로움 문제를 넘어 혼인 지연·출산율 급락이라는 거시적인 인구학적 연쇄 타격으로 직결된다. 단기 생존에만 물리적 여력을 배치하도록 강제하는 현행 노동·주거 시스템 근본 개편 없이는 파편화된 개인들만 남는 거대한 구조적 덫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합리적 포기 구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확실성이 큰 ‘감정 교류(연애·인간관계)’ 투자를 철회하고 확실한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방어 기제다. 타인과의 연대를 고위험 자산으로 취급하며 자본주의 경쟁 체제 등 거시적 압력에 의해 강제된 결과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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