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가을녘, 붉게 물든 노을이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만물의 이치를 되새기곤 한다. 찬란했던 한낮의 태양도, 아름다운 노을도 언젠가는 다음을 위해 잠시 물러서야 한다. 삶이 또한 그러하고, 우리의 체육 문화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도 싶다.
지금껏 우리는 체육이라 하면 으레 승패를 가르고 기록을 갱신하는 ‘엘리트 체육’을 떠올리곤 했다. 과거 냉전 시대를 거치며 국가적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했던 그 시대의 유산은 분명 귀한 것이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들의 땀방울로 학교의 명예가 높아지던 풍경은 지난날의 익숙한 모습이었다. 허나 그 눈부신 영광 뒤편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들의 희생과 그림자가 존재했다. 승리만을 향해 달려가느라 본연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과도한 경쟁 속에서 무수히 많은 고통을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비극적인 현실, 혹은 배움의 기회마저 놓친 채 홀로 설 힘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은, 이제 과거의 체육이 우리에게 던지는 아픈 질문이 되었다. 이러한 엘리트 체육의 그림자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소멸’의 노을빛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승패를 초월하여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육. 성별과 연령, 지위에 관계 없이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히 가꾸는 ‘생활체육’의 중요성에 마음을 두게 된다. 제가 매일 즐기는 그라운드골프처럼, 맑은 공기 속에서 남녀 노 소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치며, 웃음꽃을 피우는 이 소박한 즐거움이 곧 우리 삶의 근간이 된다. 개인의 행복을 넘어 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귀한 씨앗이 된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일궈나가야 할 미래, ‘생활체육의 탄생’인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생활체육은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막대한 의료비를 절감하고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며, 무엇보다 소외되기 쉬운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제가 아미산을 오르며 느꼈던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은 단순히 신체 단련을 넘어 정신적인 풍요로움까지 안겨주는 생활체육의 또 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미래의 군 단위 생활체육은 기존의 틀을 과감히 소멸시키며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해야 할 것이다. 첨단 기술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개인에게 최적화된 운동 파트너가 되어주고, 생활체육으로 인한 맞춤형 프로그램은 우리의 건강을 섬세하게 관리해 줄 평생 파트너이다. 또한, 강천산 같은 자연은 가장 위대한 운동장이 되어 맨발 걷기나 등산처럼 우리의 뿌리를 치유하는 활동으로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의 엘리트 체육이 가진 전문성과 생활체육의 자발적 참여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승부의 강박 없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거대한 스포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는 노을이 또 다른 아침 해를 기약하듯, 낡은 관념을 넘어서는 소멸은 곧 새로운 가치의 탄생을 의미한다. 우리 순창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그라운드골프가 더 많은 이들의 삶에 건강과 활력을 선물하며 아름다운 새싹으로 돋아나는 그 미래를 오늘도 마음속 깊이 소망한다. 그리고 그 길에 제가 작은 발걸음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 더없이 영광일 것이다.
우장식 수필가는
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
순창문인회, 신아문예대학 작가회
대한그라운드골프협회 심판위원
순창군그라운드골프협회장
전) 전북특별자치도 배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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