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 버티려면 최고 대신 공생 필요하죠”
‘알쓸신잡’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 ‘극한 진화의 세계’ 펴내
4억년 버틴 상어부터 물곰까지…극한 적응 생명 26종 소개
인간도 혼자 살 수 없어…야생동물·생태계까지 공감 넓혀야
2026년 08월 30일(일) 19:00
극한 생태계에 사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극한 진화의 세계’를 펴낸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 <이정모 관장 제공>
상어는 4억년 전 지구에 등장한 이후 5차례의 대멸종을 모두 버텨냈다. 생존 배경에는 뛰어난 감각 시스템뿐만 아니라 높은 환경 적응력이 있었다. 상어는 주 먹이가 사라지면 다른 먹잇감을 찾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형태와 크기를 바꾸며 유연하게 적응했다.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은 최근 극지, 사막, 동굴, 심해 등 극한 생태계에 사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극한 진화의 세계(다산북스)’를 펴냈다. 대멸종 시기 생명이 왜 사라지는지를 다룬 ‘찬란한 멸종’과 흥미로운 생물들을 소개한 ‘생물의 왕국’에 이은 세 번째 진화 시리즈다. 광주일보 테마칼럼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관장은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EBS ‘취미는 과학’등에 출연하며 과학 대중화를 위해 힘써 왔다.
책은 총 6장에 걸쳐 바다에서 숨을 참으며 사는 ‘벨처바다뱀’, 화산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 ‘오히아 레후아’ 등 극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식물 26종의 이야기를 다룬다.
흔히 진화란 더 강하고 완벽한 존재가 돼 가는 ‘발전의 과정’으로 인식하지만 이 관장은 책을 통해 “진화는 버텨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400도 끓는 물 옆에 사는 폼페이웜, 우주에서도 살아남은 물곰처럼 대멸종을 버텨낸 동물들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했어요. 살아남은 동물들의 공통점은 ‘최고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눈이 필요없으면 과감히 없애고 성별이나 호흡도 포기해버립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커야 한다는 목표 없이 변화에 자신을 바꿔나가죠.”
인간 역시 날카로운 이빨이나 두꺼운 가죽 없이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도구와 불, 협동과 공감을 통해 최상위 포식자가 됐지만, 인간의 개입은 다른 생물에 가혹한 환경이 됐다. 수십 년을 살 수 있는 돼지와 개·고양이의 조상인 늑대·들고양이는 야생 생존력을 잃었고 과도한 육식과 지구온난화는 그들의 삶을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
이 관장은 진정한 생존을 위해선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생명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이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측은지심’의 마음을 갖게 되길 바라요. 너도나도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인간이 가진 공감의 반경이 가족과 반려동물을 넘어 야생동물, 생태계로 확장된다면 극한 세계 동물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는 대중이 진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까닭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봤다.
이 관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물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모습에 정착하지 않고 다채롭게 모습을 계속 바꿔 나가는 게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다만 꼭 발전하지 않더라도 버텨내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다윈의 진화론을 대중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풀어낸 책을 비롯해 과학자의 시선으로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을 탐구하는 다양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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