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우리 기술로 연구개발(R&D) 중인 극초음속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의 최초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청와대는 이번 시험발사 성공에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억제 수단의 본격적 확보를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며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부각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한층 강화된 독자적 대응력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HGV 최초 시험발사 참관 사실을 알렸다. 시험발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태안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크게 두 가지다. HGV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Hypersonic Cruise Missile)’로 나뉜다. 이번에 시험 발사한 HGV는 추진체를 이용해 대기권 상층부까지 가속 상승한 후 추진체와 분리돼 낮은 고도로 활공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극초음속인 마하 5(1.7㎞/s) 이상의 속력으로 비행하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인 초음속 전투기의 최고 비행속력이 마하 2~3 이내로 그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력으로 비행하는 셈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비행 궤적과 압도적인 비행 속도로 유사시 주요 전략 목표를 기습적으로 제압해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전략자산’이라고 강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극초음속 비행 환경에서 활공 비행체의 핵심 기술인 초고온 내열 소재의 성능과 유도 및 제어능력, 낮은 고도에서의 불규칙 비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됐다. 시험발사된 HGV는 목표 고도로 상승한 뒤 성공적으로 분리됐고 계획된 비행을 이상 없이 수행했다. 특히 기존 탄도미사일과 달리 활공 비행체가 분리된 후에 낮은 고도로 강하해 수직·수평으로 자유롭게 궤도를 변경하는 불규칙 활공 비행을 완료하고 지정된 목표점에도 정확하게 탄착했다.
이 대통령이 HGV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한 것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시도에 맞서 독자적 국방력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최근 북한·중국·러시아 등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적 불균형 우려를 상쇄하고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자주국방의 핵심 열쇠인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사일 기술 첨단화에 더 속도를 내야겠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도 “우리의 안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HGV가 미래의 우리 안보를 지키는 든든한 전략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며 신속한 개발과 배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실전 배치해 국민들이 아무런 걱정하지 않도록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도 HGV 방식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 계속해 시험발사하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3일에는 김 위원장 참관 아래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1발을 발사해서 1000㎞ 떨어진 목표를 명중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군은 700㎞ 이상, 일본 방위성은 약 680㎞ 비행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신형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우리 군이 탄도미사일 방식의 HGV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상당 수준의 기술력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라며 “탐색 개발을 거쳐 무기화 전 단계로 보이는데 이런 기술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2030년 중후반쯤 양산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시험발사 참관을 마치고 우리 군이 보유한 고위력 미사일 현무-5를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 군의 강력한 자주국방 역량이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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