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체험로드-한여름의 해남
바다와 하늘 사이, 땅 끝에 선 짜릿함
2026년 08월 09일(일) 18:10
땅끝모노레일 승강장에서 땅끝탑까지 이어지는 땅끝꿈길랜드.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땅, 한반도 육지의 가장 끝자락이자 푸른 바다가 서막을 여는 해남 땅끝마을이다. 올여름 해남은 무장애 산책로와 보석 같은 다도해 공중에 떠 있는 듯 짜릿한 스카이워크를 선보이며 여행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초여름 햇살을 머금고 수채화처럼 피어난 비밀스러운 정원들과 조선 시대 낭만적인 설화에서 피어난 국내 최초의 ‘초콜릿 거리’까지 더해져 오감을 자극한다.
◇희망의 시작을 꿈꾸며 땅끝 스카이워크에서 한 걸음, 땅끝관광지
누군가에게는 종착지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는 곳. 해남군 송지면 한반도 육지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 ‘땅끝마을’이다. 북위 34도 17분 38초 한반도 최남단 지점에 우뚝 솟은 땅끝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그 의미가 더욱 또렷해진다.
해남 땅끝전망대에 설치된 ‘첫 땅’ 조형물.
땅끝마을 여행의 첫 관문은 땅끝모노레일이다. 2005년 12월 19일 개통한 이 전기차량은 땅끝마을과 땅끝전망대를 잇는다. 길이는 395m,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7분이 걸린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동안 서남해안의 절경과 쪽빛 바다가 차창 너머로 펼쳐진다.
전망대가 웅장하게 자리한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다다르면 진도에서 완도까지 이어지는 서남해의 보석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다. 사방으로 막힘없이 트인 시야 덕분에 날씨가 유독 맑고 쾌적한 날에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 한라산의 영롱한 자태까지 어렴풋이 시선에 닿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전망대 1층에 들어서면 여행의 설렘을 기록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 반긴다. 해남의 아름다운 상징물들과 푸른 땅끝마을을 배경으로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부스가 마련돼 있고, 통창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카페도 운영 중이다.
숲의 숨결을 느끼며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다도해의 수려한 풍경을 한눈에 담으며 마치 공중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면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 제격이다.
땅끝모노레일 승강장에서 땅끝탑까지 800m에 이르는 산책로를 정비한 땅끝꿈길랜드도 걸어볼만 하다. 황토콘크리트 포장 450m와 무장애 데크길 350m로 구성됐다. 길목마다 쉼터와 포토존 퍼걸러를 설치해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야간경관까지 조성돼 해가 진 뒤에도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땅끝 스카이워크에 서면 아름다운 땅끝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땅끝탑은 세모꼴의 기념탑으로 한반도의 최남단을 기념해 높이 9m로 세워졌다. 앞 전망대에는 바다를 향해 길이 18m의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해남군은 땅끝의 노후한 관광지를 되살리는 재생사업을 통해 전망대 바닥 일부를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로 리모델링했다. 이 강화유리 위에 올라서면 마치 땅끝바다 위를 직접 걷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육지 방향으로는 땅끝탑과 포토존이 자리하고 해안 방향으로는 아름다운 땅끝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스카이워크 끝까지 걸어가면 바다와 하늘을 향해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지면서 마치 바다 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일몰 명소로도 이름이 나 있다. 다만 해가 지면 주변이 금세 어두워지므로 방문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땅끝마을에 가기 전 만날 수 있는 송호해수욕장. 해변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땅끝마을로 향하기 전 만나는 해남의 대표 해변이 ‘송호해수욕장’이다. 무성한 노송과 고운 모래사장, 맑고 잔잔한 바다 물결이 마치 호수 같다고 해서 송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한 이 해변은 백사장 길이 2km 너비 200m에 이른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과 함께 고둥이나 소라 같은 것을 잡으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백사장 뒤편 제방을 따라서는 전남광주시 기념물로 지정된 100~200년생 소나무가 1km에 걸쳐 늘어서 있다.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가 약 600여 그루에 이른다고 하니 그 송림이 만들어내는 그늘은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름철 개장 때가 아니더라도 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부터 윤곽이 희미한 먼 섬까지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문가든 정원주가 가족의 특징을 살려 꾸민 테마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 정원이 있는 여행
해남에는 현재 산이정원, 비원, 문가든, 포레스트수목원 등 4곳의 민간정원이 운영되고 있다. 저마다 추구하는 정원의 철학과 풍경은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 쉼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대규모 정원부터 자연주의 정원, 숲속 수목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조성돼 있어 취향에 따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남 계곡면 성진리 오류제가 감싸 안고 흑석산이 굽어보는 자리에 ‘문가든’이 있다. 민간정원 전남 제18호인 이곳은 2024년 국민이 뽑은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으로 선정됐고 제22회 산의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곳은 50여 년 전 저수지 제방 공사로 토석이 반출되며 황폐해진 땅이었다. 밭과 과수원으로 일구던 주인은 집터를 닦고 묘목을 심어 지금의 정원을 만들어냈다. 200여 종의 수목과 화초류가 식재돼 있어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주의 정원이다.
멀구슬나무 꽃 냄새에 이끌려 걸어가다보면 여름날 비가 내리면 흑석이 되고 겨울날 눈이 쌓이면 백석이 되는 흑석산이 정원 너머로 펼쳐진다. 땅끝 해남을 대표하는 명산의 사계를 정원 안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정원 곳곳에는 정원주의 딸과 어머니, 사위를 주제로 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포레스트 수목원 포토존에서 바라본 전경.
두륜산 아래 황산리 봉동 골짜기에는 ‘포레스트수목원’이 자리한다. 전남 4호 사립수목원으로 6만 평 숲에 17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알록달록한 수국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이 어우러져 동화나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록빛 눈부신 숲길을 걷고 식물들이 자라는 수목원을 돌아보는 사이 더위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한결 맑아진다.
연간 방문객은 10만 명 내외다. 봄에는 목향장미축제 여름에는 수국축제 가을에는 가을꽃축제가 열려 계절마다 찾을 이유가 생긴다. 수목원 곳곳에 숨겨진 조형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이곳은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 박하경이 묵언수행 중인 정아를 만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계절별로 중심이 되는 식물을 식재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 찾아도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수목원의 특징이다.
수목원 한편에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학술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바로 멸종위기 식물과 희귀·특산 식물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보전하는 동시에 산림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정성스레 가꾼 ‘희귀·특산식물원’ 존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미선나무와 대홍란, 흑오미자, 자란, 백작약 등 100여 종에 달하는 귀한 식물들을 눈앞에서 직접 관찰하며 생태계의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다.
◇‘갈색콩’ 설화로 탄생, 초콜릿거리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한 디저트에 열광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해남군은 달콤한 초콜릿을 지역 특산물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 공간을 탄생시켰다.
달콤한 초코 디저트 조형물이 설치된 해남 초콜릿거리 ‘달끝초코’ 앞.
해남군은 과거의 정취와 현재의 감성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원도심에 국내 최초로 ‘초콜릿 거리’를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말, 해남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특산물과 연계한 수제 초콜릿 전문 판매장들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서 오직 해남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테마 거리가 완성됐다. 현재 이곳은 ‘땅끝호박당’, ‘달끝초코’, ‘오늘하루’, ‘공심당’, ‘피낭시에’ 등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5개의 디저트 가게들이 모여 달콤한 초콜릿 거리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이 이색적인 거리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흥미로운 역사적 설화가 숨어 있다. 당시 스페인의 무역선 한 척이 거친 바다를 표류하던 중 해남 땅끝항에 표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배에 타고 있던 이방인 선원들은 현지에 거주하던 한 부부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선원들은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당시 서양에서도 매우 귀하게 여겨지던 카카오 원두를 부부에게 선물로 건넸다. 당시 서양 문물을 접해본 적 없던 부부는 말이 통하지 않아 이 신비로운 열매의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저 열매가 ‘갈색의 콩’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를 ‘갈두’라 부르기 시작했다.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초콜릿 테마 조형물이다. 마치 거대한 초콜릿 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독특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조형물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흔히 접했던 초콜릿 맛에서 벗어나 해남의 자연을 가득 담은 프리미엄 디저트를 선보인다. 해남이 자랑하는 고구마와 해남 녹차, 땅끝 무화과 등 지역 고유의 맛과 특성을 살린 초콜릿 특화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고 있다.
해남 초콜릿거리 ‘땅끝 호박당’에서는 마산면에서 자란 밤호박을 사용한 각종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해남 마산면에서 정성껏 키운 밤호박은 ‘땅끝호박당’에서 화려한 디저트로 다시 태어난다. 호박 가나슈를 품은 앙증맞은 호박 모양의 ‘호박 봉봉’부터 쫀득한 호박 말랭이와 초콜릿이 만난 ‘호박 쫀득 초콜릿’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개성 넘치는 다른 매장들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오늘하루’에서는 해남 바다의 둥근 조약돌을 쏙 빼닮은 ‘조약돌 초콜릿’과 단짠의 정석인 ‘소금 초코 마들렌’으로 부드러운 풍미를 전한다. ‘공심당’이 선보이는 ‘공심볼’은 대추야자와 바삭한 초코시트, 고소한 견과류를 크림에 섞어 초콜릿으로 코팅해 독특한 식감과 깊은 맛을 자랑한다.
/글=김다인·박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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