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당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극심한 표류를 이어가고 있다. 당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정당의 지향점을 놓고 정면충돌한 데다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징계 내전’까지 가시화되면서 야권발 정계 개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투톱인 두 사람의 노선 갈등은 12일 정 원내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기점으로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정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라기보다는 국민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장 대표가 내세운 ‘당원주권’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다 거부해야 한다”며 “당원 의사에만 휘둘리는 민주당을 비판해 왔던 우리가 국민과 괴리돼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인터뷰가 공개되자 장 대표는 즉각 정면 반박에 나서며 “국민의힘은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의 거취나 해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당원의 뜻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원 중심 정당이 국민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라며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사람의 이번 설전은 단순히 정당 정의에 대한 이견을 넘어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정국과 장 대표의 사퇴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장 대표는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해당 행위와 패배 책임론 등 친한계, 반장동혁 진영,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고강도 징계 카드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당의 기강이 징계로만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펴며 장 대표의 ‘징계 정치’에 제동을 걸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지리멸렬한 집안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국민의힘의 정치적 자산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직후 서울시장 선거 승리 등으로 반짝 상승했던 당 지지율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근본적 책임을 회피하고 쇄신 요구를 외면하면서 보수층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내외에서는 당의 무능을 질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위기와 주가 폭락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의 내분으로 인한 반사 이익조차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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