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지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이하 협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문항 채점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려는 교육 당국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통해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채점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기술적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수단을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대학 입시에 사용해도 좋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대입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수능 서·논술형 답안을 AI가 1차로 채점한 뒤 교사가 최종 확정하는 방식을 잇달아 제안했다. 국교위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0월 말 대입 개편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협회는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완전한 기술에 수능 채점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간 평가자의 최종 검증’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협회는 “제한된 기간 내에 수십만 건의 답안을 확인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사가 AI의 초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동화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가 매긴 점수의 타당한 근거를 학생에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잘못된 채점으로 입시 결과가 확정된 후 뒤늦게 오류가 드러나더라도 이를 구제할 절차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올해부터 시행 중인 ‘AI 기본법’을 근거로 들며 “수능 채점은 단순한 학생 평가를 넘어 대학 입학이라는 중대한 개인의 권리를 결정짓는 만큼 법에서 명시한 ‘고영향 AI’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AI 채점 도입에 앞서 기준의 투명성과 재검증 절차 등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AI 채점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곧바로 대학 입시에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대학 입시는 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단 한 명의 학생에게도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 및 인간 중심의 심도 있는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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