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사)인천서해구발전협의회 회장
국민들은 공직자나 정치인들에게 옛 선비처럼 가난하게 살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고 사회 환경도 달라졌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는 최소한의 기준은 있다. 그것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리에 걸맞은 도덕성과 청렴성이다.
국민들은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부를 축적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공직의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고,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엄격한 이중적 모습을 보일 때 실망한다. 공직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봉사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청렴한 공직자는 권력과 재력 앞에서 당당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국민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안다. 반면 부정과 특권에 기대어 얻은 부는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검소함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부는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떳떳할 수 없다.
지금도 수많은 국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어렵다고 사회를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기에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권한을 맡긴 사람들이 정쟁보다 민생을 우선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써주기를 바란다.
특히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인사 과정은 국가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절차다. 국민들이 인사 발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후보자의 정책 철학과 국정 운영 능력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인사청문회는 정책과 비전 검증보다 각종 의혹과 도덕성 논란에 묻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문회가 끝나면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실망과 허탈감일 때가 많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심각한 도덕적 논란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설명과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명이 강행되는 사례들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윤리 기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사회 전반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물론 모든 정치인과 공직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국민의 삶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청렴함과 책임감을 지키며 소임을 다하는 분들도 많다. 이 글은 그러한 분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공직자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다.
국민들이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권력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책임을 보여주며, 정쟁보다 민생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청렴한 자세와 책임 있는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공직은 권한이 큰 만큼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시스템 속에서 공직자 한 사람의 일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신뢰를 잃은 정부와 정치권은 어떠한 정책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국민은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이 있을 때 책임질 줄 알고, 권한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김용식 (사)인천서해구발전협의회 회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