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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군사관학교 '대전행'… 지역공동화 우려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확정하면서 충청권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군사관학교 '대전행'… 지역공동화 우려

▲ 대전 유성구 자운대 정문. (자운대는 대학이 아닌 부대 별칭) 유성구 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확정하면서 충청권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전은 '국방혁신도시' 완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기대감에 들뜬 반면, 40여 년간 공군사관학교와 함께 성장해 온 청주는 지역경제 위축과 인구 유출을 우려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교육기관 이전을 넘어 충청권의 국방 기능 재편과 지역 균형발전 논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당정협의를 통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군 교육 기능을 한곳에 모아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기술 중심의 미래형 장교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전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국군사관학교는 대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것 이상의 국가 핵심 프로젝트"라며 "국방교육과 첨단 과학기술이 융합되는 대한민국 국방혁신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전이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한 상징성에 그치지 않는다. 시는 생도 2900여명과 교수·지원인력 등 6000여명이 새롭게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운대와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안산 첨단국방산업단지, KAIST,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하나로 연결하는 '국방·과학기술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국방산업과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군사시설 재배치 중심으로 추진되던 개발계획이 국방교육과 AI 기반 미래 국방산업을 결합한 국가 전략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청주의 분위기는 무겁다. 1985년부터 40년 넘게 지역의 대표 국방기관 역할을 해온 공군사관학교가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두영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공동대표는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이전 방침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공공기관 이전은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때 충북이 입게 될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공군사관학교가 사용하던 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훈련비행에 따른 소음 피해를 호소해온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시설만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소음의 원인인 훈련비행장을 그대로 남겨둔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용한 충북지사는 “국방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공사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기존 부지와 시설을 활용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과 후속 활용방안 논의 과정에서 충북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청주시,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청주시 역시 정부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지역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교육 기능 이전에 따른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를 막기 위한 보완책과 기존 부지 활용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국방교육 체계 개편이라는 국가 전략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미래전 대비를 위해 분산된 사관학교를 통합하고 AI와 첨단기술 중심의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과 공청회, 기존 사관학교 활용 방안, 청주를 비롯한 이전 지역 지원대책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방안 마련이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군사관학교의 대전 창설은 대한민국 국방교육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충청권 지형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대전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열렸지만, 청주에는 지역 공동화 우려라는 숙제가 남았다. 결국 이번 결정의 성공 여부는 대전의 도약뿐 아니라 청주의 상실감까지 어떻게 함께 보듬느냐에 달려 있다. 정래수·조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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