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공개하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되며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이 동반 급락한 것이다. 다만 기술 확산이 오히려 AI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44% 내린 17만2100원에 거래중이다. SK하이닉스도 5.57% 하락한 88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두 종목 모두 각각 18만원, 90만원선을 14거래일 만에 다시 밑돌았다. 전날 종가 기준 낙폭도 삼성전자 4.7%, SK하이닉스 6.2%에 달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3% 넘게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8% 급락하는 등 반도체 업종 전반의 낙폭이 컸다.
주가를 흔든 직접적인 계기는 구글이 발표한 '터보 퀀트(Turbo Quant)'다. 이 기술은 AI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을 해소하는 압축 알고리즘이다. 핵심은 정보 손실 없이 데이터 크기를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같은 연산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용량 자체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기술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LLM은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전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메모리를 사용한다. 기존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해야 했다면, 터보 퀀트는 의미를 유지한 채 압축된 형태로 저장해 동일한 성능을 구현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00페이지 분량을 요약본으로 저장하면서도 이해도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동일한 AI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가 줄어든다면, 지금까지 AI 붐에 기대 확대되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극단적으로는 현재 수요가 최대 6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는 게 업게 해석이다.
다만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메모리 효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AI 서비스가 등장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성능 개선이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역설적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의 사용은 단기적으로 HBM 용량 축소나 증가율 둔화를 불러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NAND 수요 증가와 AI 사용량 확대를 이끌어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기술의 현실성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현재 터보 퀀트는 논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가 급락 역시 올해 누적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와 맞물린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결국 시장은 'AI 효율 혁신이 수요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더 키울 것인가'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당분간 기술 변화에 따른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를 '중장기 변수'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터보 퀀트가 상용화되더라도 AI 시장 자체가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탑재량 감소 우려가 반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AI 서비스와 데이터 처리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시장 규모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메모리 ‘용량’이 아니라 ‘총 연산량’이며, AI 확산 속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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