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김승기 기자]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을 인공지능(AI) 전략 거점으로 본격 낙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청와대]
구글이 서울에 AI 캠퍼스를 추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는 ‘K-문샷 프로젝트’를 축으로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연구·산업·정책을 아우르는 AI 생태계 구축 단계로 진입하는 흐름이다.
이번 구상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구체화됐다. 하사비스 CEO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알파고 대국을 총괄했고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과학기술 혁신, 산업 적용, 글로벌 규범, 경제 구조 변화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번 만남은 한국이 ‘실행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전략과 맞물리며 정책·연구·산업이 결합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정상 면담과 정책 연계, AI 전략 논의와 실행 동시에 진행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브리핑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하사비스 CEO를 접견하고 AI 기술 발전 방향과 글로벌 공조, 책임 있는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하사비스 CEO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언급했고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 대국이 열린 서울은 AI 발전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며 “한국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국가”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알파고 대국이 국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으며 기술 발전 수준을 질의했고 하사비스 CEO는 “단독 인간이 AI를 넘어서기는 어렵지만 인간과 AI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이 제미나이 활용 경험을 언급하며 한계를 지적하자 하사비스 CEO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5년 안에, 이르면 2030년 전후 AGI가 가시화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를 훨씬 빠르게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안전·AGI·기본소득, 기술 넘어 제도 논의로 확장
이번 면담에서는 AI 안전성과 경제 구조 변화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AI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국제 규범과 표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정책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사비스 CEO는 “AI는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악의적 사용과 자율적 의사결정 위험도 존재한다”며 “설계 단계부터 가드레일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민간 경쟁과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 규범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한국·영국·싱가포르 등이 프레임워크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구조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AI 시대에는 기본소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언급했고 하사비스 CEO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기본 서비스 제공과 시장 원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구글은 서울에 AI 캠퍼스 설립을 추진해 연구자·스타트업·학계를 잇는 협력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올해 안에 캠퍼스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구진 파견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K-문샷·AI 캠퍼스, 연구·인재·인프라 결합 구조 가동
같은 날 과기정통부는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MOU를 체결하고 K-문샷 프로젝트 중심 협업 체계를 공식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구글 딥마인드 MOU 체결식. [사진=에임인텔리전스]
K-문샷은 AI를 활용해 바이오, 기상·기후, 미래 에너지 등 국가 난제를 해결하는 대형 연구개발 과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구 생산성 혁신과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생명과학, 기후, AI 과학자 분야에서 공동연구와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국가과학AI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연구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가 과학기술 난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K-문샷을 중심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AI 안전 확장 국면, 민관·전문가 참여로 논의 심화
MOU 체결식과 함께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AI 안전과 거버넌스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서울대학교 석차옥 교수, 카이스트 김우연 교수, 국가과학AI연구센터 유용균 단장, AI 보안 기업 에임인텔리전스 박하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전문가들은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꿨듯 한국도 데이터·모델·인재를 연결해 AI 중심 연구 생태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박 CTO는 “AI 안전성 논의는 텍스트를 넘어 에이전트, 나아가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는 되돌릴 수 없는 위험을 수반할 수 있어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계기가 에이전트·피지컬 AI 안전성 평가의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구상은 AI 경쟁의 기준이 기술 자체에서 생태계 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문샷, AI 캠퍼스, 글로벌 네트워크가 맞물릴 경우 한국이 연구와 산업, 규범을 연결하는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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