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 종료 후 한국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앞으로 10년, AI는 질병과 환경, 에너지 문제에서 놀라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인류가 번영하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시작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서 "인류가 번영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 것"이라며 범용인공지능(AGI) 최전선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허사비스 CEO 방한은 알파고·이세돌 대국 10주년을 맞아 추진됐다.
그는 "서울은 항상 내 마음속 특별한 장소"라며 "10년 전 이세돌과의 대국은 현대 AI 시대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어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간의 발전을 생각하면 100년이 지난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허사비스 CEO는 2024년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인물로, 2016년 알파고 개발을 총괄했다. 알파폴드는 현대 생물학의 난제였던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한 딥러닝 기반 구조 예측 모델이다. 그는 "이것이 AI가 과학과 의학에 가져올 혜택의 맛보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인류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알파폴드가 생물학 난제를 풀어낸 것처럼, AI가 질병·환경·에너지 문제를 차례로 돌파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허사비스 CEO는 "앞으로 10~20년 안에 AI가 모든 질병을 정복하고 환경 문제, 새로운 에너지원 등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인류가 번영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GI 시대의 파급력에 대해서도 "과거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큰 규모로, 10배 더 빠르게 전개되는 혁신적 전환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를 위한 AI'는 글로벌 빅테크들 공통 화두다. 오픈AI, 메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앞다퉈 AI 접근성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그 혜택을 특정 기업·국가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업계 공통으로 내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AI 기조와도 일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허사비스 CEO와 접견하며 "10년 전 알파고 대국으로 AI 시대의 서막을 함께 열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20년 후 모두를 위한 AI라는 빛나는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접견에서 허사비스 CEO는 "AGI는 5년 내 가시화될 것"이라면서도 "악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29일 '구글 포 코리아 2026'에서 좌담하는 이세돌 9단(맨 오른쪽),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중앙).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다만 구글 딥마인드는 AGI의 구체적 정의와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전 행사인 '리더스 AI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재그드 인텔리전스(Jagged Intelligence) 문제가 왜 생기고 언제 해결되냐고 물었더니, 프론티어 랩들도 아직 정확한 답을 모른다고 했다"며 "펀더멘털한 서너 가지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재그드 인텔리전스란 AI가 고난도 문제는 탁월하게 처리하면서도 단순한 문제에서 오류를 내는 현상으로, 제미나이·클로드·챗GPT 등 첨단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미해결 과제다.
이세영 뤼튼 대표 역시 허사비스 CEO가 AGI 달성 방법론보다 기업의 대응 전략에 방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모델은 3개월마다 달라진다. 모델 발전에 역행하는 베팅을 하지 말고, 갈아 끼울 수 있는 구조와 하네스 엔지니어링에 집중하라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AI를 효율적으로 통제·운용하는 기술 체계를 뜻한다.
한국의 AI 잠재력도 거론됐다. 허사비스 CEO는 "한국은 반도체·로보틱스 제조업, 서울대·KAIST 같은 훌륭한 연구기관 등 AI 선도국이 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구글은 한국 기업과 협업도 구체화한다. 삼성전자·젠틀몬스터·LG유플러스·카카오·보스턴다이나믹스·YBM넷 등과 AI 및 로보틱스, 교육 분야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자, 제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발점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AI를 협업의 파트너로 활용해야지, 인간의 생각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신중한 시각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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