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직격한 트럼프, 전쟁 놓고 ‘설전’… 신성모독 논란도
레오 14세 교황이 13일(현지시간)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며 중동 분쟁 종식을 촉구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전쟁과 관련해 평화를 촉구한 교황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엄숙한 전사자 송환 행사에 참석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 오른쪽은 레오 14세 교황이 3월 28일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도착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다. (출처:AFP/연합)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정교(政敎) 충돌’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전쟁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 온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정면 충돌하면서다.
미국 액시오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을 기점으로 지난 수일간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다.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독교 최대 축일인 지난 5일 부활절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을 겨냥해 욕설과 함께 올린 글이었다. 트럼프는 이 글에서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교황 레오 14세는 부활절 메시지에서 “무기를 든 자들은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전쟁이나 특정 지도자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교황은 “전쟁을 일으킬 힘을 가진 자들은 평화를 선택하라”며 직설적인 메시지를 냈다. 교황은 최근까지도 기도회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 “전능에 대한 망상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왔다. 역시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이란 전쟁을 기독교 신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신앙에 호소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이 전쟁을 잇따라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교황을 향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며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는 끔찍하다”고 비난하거나, 추기경들의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를 겨냥해 “교황이 선출된 유일한 이유는 교회가 나를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선출의 정당성까지 의심했다.
교황을 비판한 트럼프는 이후 트루스소셜에 스스로를 예수에 비유한 듯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렸다가 가톨릭뿐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 개신교계의 ‘신성 모독’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고 1시간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에 대해 “나를 의사로 묘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교황이 틀렸기 때문에 사과할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위험수위에 이른 가운데 가톨릭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추기경과 주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맞서 교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 5명 중 1명을 차지하는 가톨릭 표심이 이번 사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대선 당시 가톨릭 투표층에서 10~20%포인트 차이로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교황과의 충돌로 인해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교황은 갈등 수습에 나서면서도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14일(현지시간) 알제리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최근 ‘전능하다는 망상’에 대한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특정 인물을 직접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복음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논쟁에 참여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모든 이들이 평화와 화해의 길을 찾고 전쟁을 피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는 일은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과 관련된 메시지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원색적 반발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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