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 광산업진흥회 정책기획실장
대한민국은 지금 전쟁 중이다. 총과 탱크가 아니라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로 싸우는 산업 전쟁이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우리는 이미 뒤처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은 아예 전장에 서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은 더 빨라지고, 지방은 더 늦어진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 ‘균형발전’을 말하는 건 솔직히 말해 자기 위안에 가깝다. 이제는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광주·전남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답은 단순하다. ‘크게 바꾸는 것’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달하는 8.2㎢(248만 평). 이 땅을 또 하나의 산업단지로 채운다면 결과는 뻔하다. 기업 몇 개 들어오고, 몇 년 지나면 경쟁력은 사라진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실패를 수십 번 반복해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 기술, 도시, 관광을 하나로 묶는 ‘초융합 테크노폴리스’. 이것이 답이다. 핵심은 기술 주권이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반도체와 AI를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따라가는 구조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의 광(光) 컴퓨팅, 바로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전력 소모는 줄이고, 처리 속도는 높이는 이 기술은 AI 시대의 게임체인저다.
광주·전남이 이 분야의 전주기 생태계를 선점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하청 도시’가 아니다. 기술을 만드는 도시, 시장을 주도하는 도시가 된다.
여기에 바이오헬스 산업을 결합해야 한다.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다. 제대로 준비하면 가장 강력한 산업 기회다. 광기술과 AI를 결합한 초정밀 의료 산업, 이것이 바로 광주가 선택해야 할 다음 먹거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람과 돈은 산업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에 가고 싶다’는 이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글로벌 테마파크와 같은 앵커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다. 도시의 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디즈니랜드 하나가 도시를 바꾼 사례는 세계 곳곳에 있다. 우리는 왜 아직도 ‘가능할까’를 고민하고 있는가. 이제는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재원 문제도 핑계일 뿐이다. 고밀도 복합개발을 통해 토지 가치를 극대화하고, 민관 합동 개발을 추진하면 10조 원 이상의 재원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결단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또 하나의 평범한 산업단지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인가.
광주·전남은 지금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에도 머뭇거리면, 다음 기회는 없다. 청년은 떠나고, 산업은 사라지고, 도시는 늙어간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작게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광주·전남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 머물 것 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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