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광주서도 작업자들에 납 배출 촉진 약물 투여 의혹

전남광주시 광산구의 한 납축전지 제조공장이 작업자들에게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광주서도 작업자들에 납 배출 촉진 약물 투여 의혹

광주서도 작업자들에 납 배출 촉진 약물 투여 의혹

광산구 납축전지 제조공장 작업자들 “납 배출 촉진 약 복용한 것 같다”

광주노동청, 139명 전원 임시건강진단 명령…회사측 관여 여부 조사

이 대통령도 인권침해 지적…전남광주 배터리 제조업계 심층조사 필요

2026년 10월 13일(화) 20:00

전남광주시 광산구의 한 납축전지 제조공장이 작업자들에게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울산시의 자동차 배터리 제조공장 ‘DN오토모티브’에서 작업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납 배출 촉진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광주 도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관련 사건을 두고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 만큼 전남광주 배터리 제조 업계 전반에 대한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관내 납축전지 관련 사업장 2곳에 대해 기획감독을 벌이던 중 광산구 한 제조공장에서 작업자들의 약물 복용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작업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체내 납 성분의 배출을 촉진하는 약을 복용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재직 중인 작업자 139명 전원에 대해 1·2차 건강진단을 동시에 실시하도록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의 약물 복용이 이뤄졌는지, 회사 측이 이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광주노동청은 특수건강진단을 앞두고 검사 결과를 왜곡할 목적으로 혈중 납 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한 것이 아닌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광주노동청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신뢰성 평가도 실시했다. 신뢰성 평가는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실제 근로환경과 유해물질 노출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평가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광주노동청은 평가 결과 납 노출 수준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시설·설비 개선 조치와 보건진단 명령 등을 내릴 방침이다. 임시건강진단에서 납 노출에 따른 건강 이상 소견이 확인된 작업자에 대해서는 작업 전환과 작업환경 개선 등 건강 보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회사 측이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왜곡할 목적으로 작업자들에게 약물을 복용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광주노동청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업장의 명칭과 점검 대상 2곳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1월 울산 DN오토모티브에서 작업자들에게 납 배출 촉진 주사를 무단 투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난 4~10월 사이 전국 배터리제조 사업소 14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됐다.

울산 DN오토모티브에서는 회사가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안내하고 반복적으로 맞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회사가 건강검진 전 작업자들의 혈중 납 농도를 검사해 주사를 맞을 대상과 투약 횟수를 정했으며, 투약 이후에도 납 농도가 높으면 추가로 주사를 맞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작업자들은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비타민 주사를 맞는 줄 알고 있었으며, 실제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말 관련 제보를 접수한 뒤 안전보건감독과 정밀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했다. 이후 특수건강진단 직전 킬레이션 주사를 투여한 행위가 정부의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지난 8월 DN오토모티브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납 배출 촉진 주사 무단 투여 사건과 관련, 엄중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부작용의 위험을 숨긴 채 노동자들에게 주사를 맞게 하고 유해 물질 노출을 은폐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노동부와 수사기관에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할 것도 당부했다.

노동계도 이날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광주본부는 “납축전지 제조 현장에서 우선해야 할 일은 노동자의 몸에 쌓인 납을 약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납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며 “당국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처벌하고 전남광주시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현재는 약물 복용 의심 정황이 확인돼 임시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신뢰성 평가 등 행정조치를 한 단계”라며 “결과가 나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작업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