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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광주비엔날레, 오늘의 작품- 진 바스 作 '응집된 구성(휴식)'

진 바스는 자기 재현과 자기 변형, 이탈이 맞물리는 모호한 경계에서 신체와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작업은 개인의 정체성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광주비엔날레, 오늘의 작품- 진 바스 作 '응집된 구성(휴식)'

진 바스 作 ‘응집된 구성(휴식)’(3D 프린팅 레진, 아연 스프레이 코팅, 27×100×110㎝(비정형), 2024)

진 바스는 자기 재현과 자기 변형, 이탈이 맞물리는 모호한 경계에서 신체와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작업은 개인의 정체성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가상 신체와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정동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나’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변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바타 역시 작가 자신을 그대로 옮겨놓은 대리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형태로 변형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되기’의 과정이 일어나는 가변적인 신체에 가깝다. 단색조의 오브제와 영상, 이미지, 조형물은 이러한 신체 변화의 순간들을 포착한 편린이다. 작가는 미술사와 공상과학, 인간의 역사와 개인적 경험을 뒤섞어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스캔 이미지와 아바타, 소품, 파편 등을 형식적·서사적으로 연결한다. 서로 다른 요소가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에게도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를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응집된 영혼’(2024) 연작을 통해 진 바스의 조각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3D 모델링과 퍼포먼스 캡처, 3D 프린팅 자화상 등 동시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아바타를 물질적인 조각으로 확장한다. 특히 이 연작에서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아바타의 형태가 더 이상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체는 부서지고 녹아내리며 분해되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세와 소품, 팔다리 같은 각각의 신체 요소는 서로의 경계를 잃고 하나의 물질처럼 뒤섞인다. 이렇게 응축된 형상은 프린트된 조각의 흰 외피 아래 봉인된다. 창백한 백랍빛 표면은 색과 질감이 더해지기 전 디지털 모델의 ‘디폴트’ 상태를 연상시킨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빈 상태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모습이다.

작가는 하나의 프린트 안에 서로 다른 시점의 형상을 이어 붙이기도 한다. 그 결과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끊긴 듯한 물리적 오류, 이른바 ‘글리치’가 발생한다. 이 같은 표현에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희생된 폼페이인들의 석고 주형이 중요한 참조점으로 작용한다.

화산 폭발 당시 희생자들의 살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지만, 몸을 감싼 화산재는 굳어지면서 신체의 형태를 간직한 자연적 주형이 됐다. 1863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는 이 빈 공간에 액체 석고를 부어 희생자들이 마지막 순간 취했던 자세와 모습을 드러냈다.

진 바스는 이 역사적 흔적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사라진 신체와 재구성된 신체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그의 조각은 완성된 하나의 몸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존재의 상태를 보여준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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