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음란범 재범률 68%...해외 평균의 3배
[형사정책 브리핑] 성범죄자 1만714명 추적 분석... "유형마다 심리 구조·재범 요인 달라"
기사입력:2026-04-02 22:17:36
독일 성학자 프로인트(Freund)의 '구애 장애 이론'에 따르면, 정상적인 성적 상호작용은 ① 상대 탐색, ② 비접촉 상호작용, ③ 접촉 상호작용, ④ 성관계의 단계로 진행된다. 구애 장애 이론은 각 단계가 왜곡될 경우 각각 다른 유형의 성범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 단계가 왜곡되면 관음증, 다음 단계가 왜곡되면 노출증, 이후 단계에서는 추행이나 마찰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강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곽승철 외 연구진(2025, 건양대)은 '관음증과 노출증 성향 남성 성범죄자의 재범 예측 요인과 심리적 특성: 강간 및 추행과의 비교'(<교정연구>)에서 성범죄가 단일한 범죄가 아니라 다양한 유형과 심리적 특성을 지닌 복합적 범죄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53개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성범죄자 1만714명을 분석해 범죄 유형별 특성과 재범 위험 요인을 비교했다. 연구는 성범죄를 ▲카메라 이용 범죄 ▲공연음란 ▲추행 ▲강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내용을 차례로 살펴본다.
곽승철 외(2025, 건양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공연음란범 재범률이 68.0%로 해외 평균(약 20%)의 3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범죄 4유형이 심리 구조와 재범 유발 요인에서 뚜렷이 달랐다며, 동일한 처벌·관리 방식으로는 재범 억제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곽승철 외(2025, 건양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공연음란범 재범률이 68.0%로 해외 평균(약 20%)의 3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범죄 4유형이 심리 구조와 재범 유발 요인에서 뚜렷이 달랐다며, 동일한 처벌·관리 방식으로는 재범 억제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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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노출은 '비접촉 범죄'... 디지털 성범죄와 연결
관음증(voyeurism) 성향은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현행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는 타인의 신체를 몰래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성적 흥분을 얻는 관음증의 특성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노출증 역시 공연음란 범죄(형법 제245조)와 연결된다.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노출하거나 음란 행위를 하는 행동은 타인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면서 성적 만족을 얻는 형태라는 점에서 노출증 성향과 맞닿아 있다.
■ "접촉 범죄로 확대될 수 있다"... 추행·강간과의 관계
접촉 단계가 왜곡되면 마찰도착증이나 접촉도착증으로 나타난다. 마찰도착증은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에 자신의 성기나 몸을 스치거나 문지르며 촉각 자극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접촉형 일탈 성향을 뜻한다. 접촉도착증은 혼잡한 공공장소에서 동의하지 않은 타인의 가슴·둔부·성기 등을 손으로 순간적으로 만지거나 스치며 성적 흥분을 얻는 성도착 성향을 말한다. 혼잡한 장소에서 타인의 신체를 스치거나 만지는 이러한 행위는 강제추행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일부 비접촉 성범죄는 단순 반복에 그치지 않고 접촉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노출증 범죄자의 약 5~10%가 이후 접촉 성범죄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 재범률, 범죄 유형별로 큰 차이
연구 결과, 가장 높은 재범률을 보인 유형은 공연음란범이었다. 유형별 재범률은 공연음란범 68.0%, 카메라 이용 범죄자 31.0%, 추행범 20.0%, 강간범 8.3%로 나타났다.
특히 공연음란범의 재범률은 해외 평균인 약 20%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카메라 이용 성범죄자의 경우에도 재범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나, 재범 위험이 상당히 높고 구체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 "반복만이 아니다"... 범죄 유형 간 복합 패턴
범죄 유형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단순한 '단계적 발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양상이 확인됐다.
카메라 이용 범죄자와 공연음란 범죄자는 동일 유형의 범죄를 반복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추행범과 강간범은 동일 범죄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성범죄까지 함께 저지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범죄 유형 간 복합적 패턴을 두고 "성범죄 행동이 단계적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이 한 개인에게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재범을 결정짓는 '심리 요인'도 다르다
연구에서는 범죄 유형별로 재범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요인도 다르게 나타났다.
카메라 이용 범죄자의 경우 충동성과 아동 대상 성적 관심이 재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반면 자기효능감은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보호 요인으로 나타났다.
공연음란범은 스트레스나 감정을 성적 행동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재범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경향은 부정적인 감정을 성적 행동으로 풀면서 성적 각성이 촉진될 수 있다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한다. 연구진은 공연음란범에 대해서는 분노, 불안, 우울 등 부정 정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다 건강한 대처 방식을 익히도록 돕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관음증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사회적 미숙성과 열등감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성인 여성과의 관계에서 불편감을 느끼고 아동에게 성적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연구진은 자기효능감과 사회기술을 높이는 개입 역시 재범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추행범의 경우 분노를 억누르는 성향이 재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추행범에게 분노와 같은 정서를 적절히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간범은 강간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인식, 이른바 '강간 통념'이 재범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강간범의 재범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간 통념을 바꾸는 인지적 개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맞춤형 개입 필요"... 동일 처벌로는 한계
연구진은 성범죄 재범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범률이 가장 높은 공연음란범과 카메라 이용 범죄자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자기효능감 향상, 감정 조절 훈련, 왜곡된 성 인식 교정 등 유형별 심리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성범죄가 단일한 범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심리 구조와 재범 패턴을 가진 범죄군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처벌과 관리 방식으로는 재범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과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논문
곽승철·김민아·차유진·장영진·송원영(2025). 관음증과 노출증 성향 남성 성범죄자의 재범 예측 요인과 심리적 특성: 강간 및 추행과의 비교. 교정연구, 35(2), 161-191.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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