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는 높아진 금리 부담이 국내 증시를 비롯한 여타 금융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는 안전자산 선호 경로가 본격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금리 상승 폭이 지나치게 컸고 상승 기간 역시 다소 과도했다는 시장의 인식에 따라 대기 매수세 역시 일정 규모 이상 유입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의 하향 안정을 중기 이상의 추세적인 경로가 반영된 결과로 보기보다는 일시적인 채권 랠리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크다.
보통 채권 이외의 시장에서 금리 동향을 깊이 주목하는 이유는 금리의 급격한 움직임에 따라 해당 시장 가격의 밸류에이션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주가가 금리 상승에 따른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 폭 확대를 우려해 하락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가의 하락 폭이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급격할 경우 금융 시장의 가격 조정은 채권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 경로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을 나타내곤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동안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절대금리 매력을 느낀 대기 자금이 유입될 경우 금리의 하락 폭은 더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자산 경로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금리의 변화를 철저히 외생 변수로 간주하는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즉 금리 자체가 크게 상승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배제한 채 단순히 금리의 동향만으로 다른 시장과의 상호 작용이나 파급 영향을 파악하려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최근 채권 금리 움직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주로 언급된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대응하는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 그리고 채권 수급 이슈 등은 잠시 동안 시장금리 동향에 미치는 영향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금리 동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원인은 금리 하락 폭이 충분히 크거나 레벨 다운이 이뤄진 이후 언제든지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채권 이 외의 금융 시장이나 다양한 변수들을 반영한 상호작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결국 본질적인 이슈로의 회귀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러한 채권 시장의 시차가 서로 다른 이슈나 재료 반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기 이상의 시계에서 금리 상승 압력이 훨씬 우세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통화 정책 이벤트였다.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3.0% 수준으로 그대로 동결했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 조치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두 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한국은행의 기존 행보에 비춰볼 때 매우 파격적인 조치가 이미 단행됐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과거 연속 인상이 선제적인 대응이었음을 거듭 강조해 온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금통위는 금리 인상을 잠시 건너뛰는 흐름일 것이란 예측이 아주 강했다.
시장은 신 총재의 금리 결정 이후 발언이나 거시 경제 여건에 대한 인식에 훨씬 더 주목했고, 그 과정에서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나 최종금리 수준을 가늠할 단서를 찾으려 했다.
이러한 시장의 높은 관심에 대해 통화당국은 비교적 평이하지만 확실하게 현재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가 여전히 금리 인상 쪽에 머물러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우선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란 신호는 경기 진단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앞선 경제 전망에서 한은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3.3%와 2.9%를 제시한 바 있는데, 통화당국은 다가오는 수정 전망에서 해당 수치들이 일제히 상향 조정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3%를 가볍게 웃도는 고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그 자체가 통화당국이 시장에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추가 인상의 신호다.
물가에 대한 전망 역시 성장 전망과 완벽하게 궤를 같이했다. 근원 물가를 기준으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을 언급한 것과 함께 기존 전망치 2.5%를 상향할 여지를 충분히 남겨 둔 것이다.
또 신 총재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물가 목표에 부합하는 달성 시기를 내후년경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철저히 견제하려는 목적의 통화 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통해 수입 물가가 점차 안정되는 경로를 언급한 대목 역시 환율 경로를 매개로 한 추가 금리 인상 기조의 시사로 충분히 읽힐 수 있다. 아울러 신 총재는 이례적으로 현 환율 수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며 환율이 최근 수년간에 걸친 원화 약세의 큰 범주 안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가와 성장에 이어 금융 안정을 통화긴축의 핵심 근거로 적극 활용하는 대응 기조는 이번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최근 금융 시장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대표되는 금융 안정이 일반적인 경기 여건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인 물가나 성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을 위한 논거로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 총재는 이번에도 금융 안정이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하는 명분임을 뚜렷하게 강조하는 한편 금융상황지수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까지 세세히 들어가며 해당 이슈에 대한 통화당국 차원의 깊은 관심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요약하자면 인상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당시에 통화당국은 그 근거로 물가 및 성장 등 거시 여건, 금융 안정, 환율이 모두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의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가 3.00%로 이미 높아졌음에도 이 같은 사안들은 여전히 향후 인상을 뒷받침할 핵심 근거로 계속해서 언급 중에 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언제나 항상 같은 방향성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유로존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되던 국면에서도 시장금리는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바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경제 여건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예상되는 시장금리 방향에 대한 예측은 ‘기준금리 인상은 곧 시장금리 상승’이라는 기본 경로가 타당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권 시장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 테마의 재림은 과거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좀처럼 상승하지 않았던 이른바 ‘그린스펀의 금리 수수께끼’의 방향성을 완전히 180도 바꿨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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