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25%씩 편입하고 나머지는 채권인 ETF
퇴직연금 내 100% 투자 가능···분산 효과 없는데 안전자산 분류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최대 25%씩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운 이른바 ‘삼전닉스채권혼합 ETF’ 출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채권을 절반 이상 편입했기에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퇴직연금에서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최대 70%까지 담을 수 있고 의무적으로 안전자산을 30% 이상 편입해야 하는데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이 30% 안전자산 수요를 노리고 출시한 상품이다.
하지만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주식 단 2종목만으로 ETF의 절반을 구성했기에 퇴직연금에서 안전자산 30% 의무편입을 설정한 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 ETF '봇물'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하나자산운용의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5%씩 편입하고 단기국고채·통안채 등으로 나머지 50%를 구성한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다.
국내 상장한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이날 상장한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ETF를 포함해 총 3종이다.
국내 최초의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올해 2월 KB자산운용이 출시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출시 직후부터 엄청난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순자산총액이 8793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7일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를 상장했다. 이 ETF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최대 25%씩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구성했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출시 일주일 만에 순자산총액이 3806억원으로 늘어났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ETF가 출시되면 국내 증시에서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4종이 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이유는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30% 룰’ 때문이다.
국내 퇴직연금 규정상 예금·채권처럼 원금이 보장된 상품은 ‘안전자산’, 주식 ETF, 펀드, 리츠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2015년 7월 이후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최고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채권이나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주식 ETF는 위험자산이지만 채권비중이 50% 이상인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는 퇴직연금 계좌 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안전자산 3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최대한 많이 채우려는 투자자들을 위해 만든 상품인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안전한’ 위험자산 vs ‘위험한’ 안전자산 논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삼전닉스채권혼합 ETF를 출시하면서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30%룰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당초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에서 안전자산을 의무적으로 30% 이상 편입하도록 규정을 만든 이유는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중요한 퇴직연금의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각종 아이디어를 통해 이 같은 취지를 무력화하는 ETF를 출시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주식비중이 최대 50%인 채권혼합형 ETF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나스닥이나 S&P500 같은 시장지수 기반 주식 포트폴리오와 채권을 절반씩 혼합한 채권혼합 ETF를 쏟아냈다.
주식과 채권을 각각 50%씩 담은 채권혼합형 ETF를 편입한다면 전체 포트폴리오 기준 실제 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 85%까지 담을 수 있다.
이어서 타깃데이트펀드(TDF) ETF도 안전자산 30%룰을 우회하는 데 활용됐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로 청년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구조다.
위험자산 비중이 최대 80% 이내인 TDF는 퇴직연금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적격 TDF’다. 이 적격 TDF를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고빈티지' 적격 TDF ETF로 만들면 TDF ETF의 80%를 주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고빈티지 적격 TDF ETF로 안전자산 30%를 채우면 전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의 최대 94%까지 주식으로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은퇴 시점이 먼 신상 적격 TDF ETF가 출시되면 갈아타기를 통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비중을 최대한 높게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채권혼합 ETF나 TDF ETF로 안전자산 30%를 구성하면 주식 비중을 최대한 높일 수 있지만 시장대표지수로 채권혼합 ETF나 TDF ETF가 구성되었기에 분산투자 효과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삼전닉스채권혼합 ETF의 경우 단 두 종목만으로 ETF의 50%가 구성됐기 때문에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내 안전자산으로서 사실상 부적합한 ETF인데 규정상의 허점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관계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은 원금손실 위험을 높일 수 있기에 장기적인 운용계획에 따라 신중히 고민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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