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사진=AFP통신]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인공지능(AI) 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버트 스타이거 세계무역기구(WT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AI 붐을 가로막는 강력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됐다.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투자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AI 투자는 트럼프 관세라는 악재에도 글로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는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특히 AI는 막대한 전력 소비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특징을 지녀 에너지 위기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스타이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스타이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분쟁과 AI붐 사이의 흥미로운 상호작용 가능성은 AI붐이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점에 기인한다”며 “에너지 가격이 연중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AI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AI붐의 제동은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불안요소다. AI붐은 막대한 기술투자를 촉발시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후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WTO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북미 지역 전체 투자 증가분의 약 70%가 AI에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미국 GDP 성장의 90% 이상이 AI 투자에 기인하며 AI붐이 없었다면 미국 GDP는 역성장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막대한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AI 붐의 붕괴는 악몽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AI 투자 규모는 2000년 닷컴 버블보다 약 17배,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보다 4배 이상에 달한다고 집계된다. 만일 AI붐이 거품이고 이 거품이 붕괴된다면 재앙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스타이거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AI 투자 위축 시나리오의 전제는 '장기간의 에너지 공급난'이다. 즉, 중동 분쟁의 장기화를 가정한 것인데 이 경우에 투자 위축으로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겻으로 예상된다.
중동 분쟁은 전세계적인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이라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여기에 AI 투자 위축이라는 부담까지 더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타이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가 몇몇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미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나프타 수급 우려까지 제기시키는데, 반도체 생산에서도 원유 정제 과정에서의 고순도 황산, 에탄, 프로판 가스 등을 필요로 해 AI인프라 구축을 위한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WTO는 연말까지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품 무역 성장률이 추가로 0.5% 감소하고,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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