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넘는 한 끼 부담···지출 줄이는 젊은층 늘어나
한 끼 대안 간편식 강화···버거업계, 가성비 중심축으로
최근 가성비 식당을 소개하는 거지맵이 화제다. / 사진=거지맵 캡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가 ‘식비’예요. 거지맵으로 회사 근처에서 저렴한 식당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성비 식당을 찾아주는 ‘거지맵’이 화제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거지방으로 시작된 거지맵은 지출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무지출 챌린지가 생겨날 정도로 젊은층은 점심시간 식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거지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지맵은 저렴한 식당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온라인 지도 서비스다.
◇거지방으로 시작된 거지맵, 고물가 시대 화제
거지맵에는 식당명과 위치, 메뉴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저렴한 순서대로 음식점을 찾아볼 수 있다. 거지맵에 등록된 메뉴는 1만원 이하로 구성돼 있으며 메뉴 폭도 넓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거지방의 일원이었던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씨는 “같은 공감대를 나누는 사람들과 연대해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거지맵은 철저히 사후 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사용자들이 직접 식당 정보를 등록하고 후기를 남기며 데이터를 채우는 방식이다. 거지맵 공지에는 “당분간 매장 제보는 상한가를 적용한다. 검색시 기본 필터는 7000원으로 적용된다”고 적혀있다. 8000원 이상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에 대한 제보가 있거나, 가성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거지맵에 등록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용자들의 후기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여의도나 강남에선 점심 식사 한 끼가 1만원을 훌쩍 넘어서 부담인데, 저렴한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 정보를 볼 수 있어 좋다”, “회사 근처에서 거지맵 보고 가성비로 한 끼를 해결했다” 등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특정 프랜차이즈의 행사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2월 말 기준 최근 3년간 주요 외식 물가 동향. / 표=김은실 디자이너
거지맵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마다 느는 외식 물가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지난 2월 말 기준, 김밥 한 줄은 3800원으로 전년 대비 7.4% 올랐다. 이 외에도 칼국수(5.3%), 삼계탕(4.7%), 삼겹살(4.2%), 냉면(3.5%), 비빔밥(2.7%), 자장면(2.6%), 김치찌개 백반(1.8%) 등이 올랐다.
◇한끼 식사 1만원도 부담···간편식 수요 높아져
가성비 메뉴에 대한 관심은 버거 업계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비교 지표로 꼽히는 빅맥 지수를 보면, 맥도날드 빅맥은 최근 가격 인상에도 단품 5700원, 세트 7600원 수준으로 외식비 평균보다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1조1189억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전년 대비 31%가량 증가한 510억원이었다.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도 매출이 12.6% 늘어난 8922억원, 영업익은 11.7% 증가했다. 맘스터치앤컴퍼니도 매출이 14.6% 늘어난 4790억원, 영업익은 22.2% 증가한 897억원을 기록했다.
버거뿐 아니라 유통 업체들도 장바구니 부담 덜기에 나섰다. 선양소주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과 손잡고 1병 990원짜리 소주 ‘착한소주 990원’을 내놨다. 일반 소주 가격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이마트는 김밥 두 줄에 3980원인 ‘반전가격 3980 두줄 김밥’을, GS25는 편의점 먹거리의 온전한 한끼 식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뉴 개펀, 토핑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각김밥 참치마요의 참치 토핑 중량을 기존 대비 10% 높이고, 특제 양념과 다시마 농축액 등을 추가했다. GS25는 김밥류에 이어 도시락, 샌드위치 등도 리뉴얼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달 출고분부터 일부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제당·제분업체들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인하하고 정부가 민생물가 특별관리 TF를 출범시키는 등 물가 안정 기조를 강조하면서 식품업계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제과·빙과류·양산빵을 생산하는 4개 업체는 22개 제품 가격을 100~400원, 최대 13.4% 인하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정부 가격 인하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물류비 등 전반적인 운영 비용이 동시에 올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데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정부 기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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