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스며든 ‘보이지 않는 비서’
거실·주방 등 생활공간으로 확산된 AI
단순 답변 넘어 의도 파악·직접 수행
스스로 판단하는 제로 UI 시대 현실화
편의에서 ‘물리적 보안’으로 영역 확대
1인 가구 지키는 ‘안심 에이전트’ 각광
인공지능(AI). (출처: 챗GPT) 2025.06.09.
핵심 요약
◆마음 읽고 쇼핑부터 보안까지 해낸다
인공지능(AI)이 채팅창을 넘어 우리 거실과 주방, 현관문 앞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동안 AI가 단순히 답을 주던 ‘백과사전’이었다면 이제는 주인의 마음을 읽고 쇼핑부터 보안까지 척척 해내는 ‘특급 비서(AI 에이전트)’로 진화 중이다. 이에 전자·통신업계는 이 ‘보이지 않는 비서’를 사용자 일상의 접점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느냐를 두고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기반 초연결 생태계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스스로 사고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독립적 초연결 생태계가 기술의 핵심이 됐다. 가전이 메모를 읽어 식재료를 주문하고 로봇이 거실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리는 등 ‘가사 해방’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안심 에이전트’는 편의를 넘어 보안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업계는 단순한 기기 연결을 넘어 안전한 ‘지능형 공간’ 선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모니터 속에 갇혔던 ‘AI’가 거실과 주방 등 우리 삶의 공간들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껏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 ‘지식 검색’의 수준이었던 AI는 이제 사용자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기기 제어부터 일정 정리, 결제 등 실생활의 복잡한 과업도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거듭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기업들이 벌이는 승부의 관건은 소위 ‘보이지 않는 비서’를 얼마나 사용자의 일상 속에 심어두느냐다. 이는 단순 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가 기기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실행해 일일이 타이핑하던 시대는 저무는 대신 TV·냉장고 등 가전 기기부터 손목 위의 웨어러블 기기까지 AI 에이전트가 이식되면서 사용자가 별도의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AI가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완결 짓는 ‘제로 UI(Zero UI)’ 시대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가령 사용자가 “퇴근한다”는 말 한마디만 남겨도 자동차는 가장 빠른 길을 찾고 집안 에어컨은 적정 온도를 맞추며 냉장고는 부족한 우유를 미리 주문해두는 식이다. 이뿐 아니라 “내일 대출 이자일인데 잔액이 부족하니 금리가 낮은 비상금 통장에서 미리 이체해 둘게요”라며 자산 관리까지 마치고 심지어 “어제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이 감지됐으니 단골 이비인후과 예약을 잡을까요?”라며 건강을 챙겨주기도 한다.
이에 업계는 단순 더 ‘똑똑한 AI’를 만들 것인지가 아니라, 내 생활을 깊숙이 이해하고 ‘내 손발이 되는 AI’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LG 클로이드가 크루아상을 오븐에 넣으며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제공: LG전자)
◆TV·냉장고가 먼저 묻는다… 우리 집 거실에 사는 ‘특급 비서’
가장 가파른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거실’이다. 그간 단순한 ‘음성 인식’ 기능을 서비스해 온 통신사들은 이제 사용자의 맥락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AI 에이전트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주요 통신사들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셋톱박스를 전면 배치하며 서비스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다. 기존 AI가 “영화 찾아줘”라는 명령에 목록을 보여주는 수동적 형태였다면 AI 에이전트는 평소 시청 습관과 대화 맥락을 분석해 능동적으로 제안한다.
예를 들어 퇴근한 사용자에게 “어제 보던 스릴러와 비슷한 긴장감을 가진 신작이 방금 업데이트됐는데 지금 바로 결제할까요?”라고 먼저 묻는 식이다. 이는 방송 플랫폼의 수익 모델을 단순 VOD 판매에서 ‘AI 큐레이션 기반 커머스’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거실 한복판에 자리한 AI 에어컨은 사용자가 “덥다”고 말하기 전에 거실 내 인원수와 활동량을 파악해 냉방 세기를 조절한다. 운동 중이라면 기류를 직접 보내 온도를 낮추고 휴식 중이라면 간접 바람으로 전환해 쾌적함을 유지하는 식이다.
로봇청소기 역시 단순 청소도구를 넘어 거실의 ‘홈 케어 에이전트’ 역할도 겸하고 있다. 바닥의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실에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반려동물의 움직임이 일정 시간 감지되지 않으면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외출 중인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고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제공: 삼성전자)
◆삼성·LG가 그리는 ‘제로 레이버 홈’ 본격화
전자업계는 외부 서버(클라우드)의 도움 없이 기기 스스로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기술적 자립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신제품 라인업 및 주력 제품군에 고성능 AI 칩(NPU) 탑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기를 서버에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기기 자체가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갖춤으로써 더 빠르고 안전한 ‘서비스 초연결’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서버를 거치지 않기에 반응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을 뿐 아니라 집안의 영상이나 음성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걱정 없는 강력한 보안성까지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독립적 지능’을 가진 가전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생성형 AI인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를 선보이며 가전 지능화의 정점을 찍었다. 단순 식재료를 인식하는 수준이었던 냉장고는 사용자가 용기에 직접 적은 메모나 라벨 내용까지 파악해 푸드리스트에 등록하고 보관 중인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레시피를 제안하기도 한다. 부족한 식재료는 스마트폰 속 AI 비서 ‘빅스비’를 통해 결제 플랫폼과 연동해 자동으로 주문으로 이어진다.
LG전자도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앞세워 가사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집안 곳곳의 센서와 가전이 사용자의 위치와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물건을 옮기고 가전을 제어하는 홈 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는 가전과 가전을 잇는 물리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초연결 생태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편의 넘어 ‘안전’도 책임지는 ‘안심 에이전트’
AI 에이전트의 진화는 이제 단순한 편의뿐 아니라 우리 삶의 ‘안전’을 책임지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집안의 가전과 집 밖의 스마트 도어락, CCTV가 하나로 연결돼 주거 공간 전체를 실시간으로 보호하는 ‘지능형 보안 생태계’가 물리적 AI의 핵심이다.
과거의 홈 보안이 단순히 침입 발생 시 알람을 울리는 수준이었다면 2026년형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학습해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한다. 예를 들어 낯선 인물이 현관문 근처를 서성거리면 AI 비서는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림을 보낸다. 사용자가 확인하기 전이라도 “주인이 부재중이니 자리를 이동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거나 위협이 감지될 경우 인근 파출소에 신고를 제안하는 등 ‘선제적 방어’에 나선다.
특히 1인 가구와 여성, 노약자 가구에 최적화된 안심 에이전트 기능은 각광받고 있다. 배달 음식을 시켰을 때 AI 에이전트가 현관 카메라를 통해 배달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상의 목소리로 대신 응대하거나 택배가 도착하면 분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장소로 옮기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녹스(Knox)’ 보안 플랫폼과 결합한 텍스트 기반 음성 응대 기술이나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 도어 비전 AI 기술은 이러한 안심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보안 전문 기업들의 지능형 침입 탐지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집은 이제 스스로를 방어하는 ‘지능형 요새’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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