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제조·모빌리티 ‘연합전선’ 구축
2029년 확정 앞두고 기술 경쟁 가속
반도체·장비부터 미래 전장까지 총력
초고주파·비용 난제 넘을 돌파구 주목
6G 관련 이미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핵심 요약
◆정부에 삼성·LG·통신사까지 ‘원팀’ 전략
차세대 이동통신 6G 상용화 시점이 오는 2029년으로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표준 선점을 향한 국가적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번 전선은 로봇과 전장 등 ‘피지컬 AI’ 생태계를 지탱할 지능형 신경망 선점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궤를 달리한다. 이에 정부와 엔비디아의 민관 프로젝트는 물론 삼성·LG·통신 3사가 각사의 본업을 무기로 ‘선제적 원팀’ 구축에 나서고 있다.
◆비용 등 난제 해결하고 주도권 선점하나
오는 2029년 3월 표준 확정을 앞두고 초고주파의 짧은 도달 거리 한계와 천문학적인 기지국 구축 비용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건물 벽에 막히는 무선 신호의 사각지대 극복과 도심 전역에 촘촘한 장비를 깔아야 하는 재정적 부담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장 실증을 통해 이 장벽을 얼마나 빠르게 허무느냐가 글로벌 6G 특허 영토 장악의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차세대 이동통신인 ‘6G’ 상용화 시점이 오는 2029~2030년으로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패권을 쥐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이번 6G 전선은 단순한 네트워크 전송 속도 경쟁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가전 등 현실 세계의 기기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핵심 인프라 선점이라는 점에서 과거 세대교체와 궤를 달리한다.
기존의 이동통신 세대교체가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스마트폰의 연결에 집중했다면 6G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조개의 지능형 기기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거대한 ‘지능형 신경망’을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이동통신 표준을 총괄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6G(IMT-2030)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9년 상용화 선언 및 1차 표준 규격 확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실질적인 기술 규격을 제정하는 민간 표준화 기구인 3GPP 역시 단계별 표준화 작업에 착수해 2028~2029년쯤에 6G의 첫 번째 단계인 ‘릴리즈 21(Release 21)’의 기술 사양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통신업계가 바라보는 6G 표준의 공식적인 ‘1차 확정 마지노선’이 2029년 3월 전후로 압축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공룡 퀄컴이 주도해 출범한 ‘6G 전략적 연합’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통신 3사는 물론 현대모비스까지 전격 합류하며 기기와 네트워크, 클라우드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지능형 시스템 설계에 착수했다. 과거 통신망이 먼저 구축된 뒤 단말기기가 따라가던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 표준 규격이 확정되는 2029년 3월을 기점으로 기술 청사진을 먼저 심겠다는 ‘선제적 원팀’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제공: 과기정통부)
◆정부, 2030년 6G 상용화 조준… 450억 규모 프로젝트 주도
정부는 6G를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보고 판을 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제18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제4차 정보통신 진흥·융합 활성화 기본계획(2026~2028)’을 확정하며 2030년 6G 상용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국내 이동통신 3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글로벌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NVIDIA)가 함께 참여하는 450억원 규모의 ‘AI랜(AI-RAN) 글로벌 선도 프로젝트’를 발주해 민관 협력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지국 장비 자체에 AI 연산 기능을 내재화해 데이터 처리 지연을 최소화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2030년 로봇 100만대 보급 계획’과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도심 곳곳을 누비는 자율주행 로봇과 드론이 안전하게 기동하기 위해서는 ㎝ 단위의 정밀 제어와 무지연 통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세대 초연결 네트워크 인프라가 대한민국 제조·물류·안전 산업 전반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규제 샌드박스 등 전방위적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장비·칩셋’ vs LG ‘전장·로봇’… 6G 선점 경쟁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산하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필두로 6G 하드웨어와 장비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초당 1테라비트(1Tbps) 전송 기술 테스트를 마친 삼성전자는 6G 후보 주파수인 7㎓(기가헤르츠) 대역 안테나 장비를 통해 최대 30Gbps의 압도적인 속도를 검증해냈다.
나아가 퀄컴의 6G 연합에 인프라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통신망과 서버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으며 기지국에 AI 연산 기능을 내재화하는 ‘글로벌 AI랜 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며 기술 규격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내부에 탑재될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을 끌어올려 크기는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인 6G 전용 반도체 칩셋 고도화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한 LG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을 6G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퀄컴 6G 연합의 핵심 멤버로 참여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및 인공지능 중심 차량(AIDV) 기술 고도화에 착수했다. 차량과 모바일, 홈, 클라우드를 하나로 연결하는 연속적 디지털 경험의 확장과 고성능 컴퓨팅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적으로는 LG유플러스와 AI 기반 통신기술 선행 연구개발 및 국제 표준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그룹 내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미국 통신표준협회(ATIS)의 6G 의장국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발판 삼아 가전의 ‘공감지능(AI)’을 미래형 모빌리티로 빠르게 이식하고 있다.
◆통신 3사 ‘AI 인프라·우주·오픈랜’ 각축전
국내 통신 3사 역시 2029년 3월로 예정된 국제 표준 확정을 앞두고 기술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각사의 강점을 살린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더불어 글로벌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다각도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하며 대한민국을 ICT 강국 반열에 올렸던 SK텔레콤은 차세대 통신 6G를 AI와 결합된 ‘지능형 인프라’로 정의하고 대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종훈 SKT 인프라 전략본부장은 “6G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AI가 내재화된 자율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전국 국사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가 흐르고 학습되는 ‘AI 고속도로’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SKT는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과 6G 표준화 공동연구에 착수한 데 이어 국내 기업 최초로 ‘글로벌 AI랜 얼라이언스’ 이사회에 입성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6G의 기술적 징검다리가 될 순수 5G 전용망인 ‘5G SA(단독모드)’ 상용화를 올해 4분기 중 본격 추진해 지능형 네트워크로의 진화를 한층 가속화할 방침이다.
KT는 MWC 2026에서 ‘유기적 통합 인프라’라는 6G 비전을 선포하고 초연결·초저지연·AI 네이티브 등 6G 주요 핵심 기술 방향을 발표했다.
특히 KT는 최근 국내 최초로 아이폰 환경에서 5G 단독모드(SA) 주파수 매칭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대용량 트래픽 제어의 실질적인 운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향후 6G 핵심 기술인 저궤도 위성 통신과 지상망의 유기적 결합을 실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전망이며 도심항공교통(UAM) 등 초고도·초고속 모빌리티 통신 제어의 실질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특정 하드웨어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고 통신망 구축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오픈랜 인프라에 생성형 AI 엔진을 탑재해 기지국 스스로 전력 소비량을 실시간 제어하는 환경친화적 고효율 기술 실증에 성공하며 실효성 중심의 전략을 펴고 있다.
동시에 계열사인 LG전자와의 긴밀한 밀착 협력을 통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맨틱 통신과 보안의 핵심인 양자내성암호(PQC) 등 6G 상용화 핵심 기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초고주파·비용 ‘해결 과제’ 속 K-테크 ‘원팀’으로 돌파구 찾나
6G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여전히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주파수의 물리적 한계 극복이다. 6G가 목표로 하는 초고주파 대역은 직진성이 대단히 강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건물 벽이나 인파 등 아주 작은 장애물에도 신호가 쉽게 끊기는 취약점을 지닌다.
인간이 뜨거운 물체에 손을 댔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수준의 ‘초저지연 제어(1㎳ 이하)’나 복잡한 가정집 환경에서 로봇이 유연하게 문을 열고 장애물을 우회하는 판단 속도를 완성하려면 무선 신호 자체가 주변 사물을 레이더처럼 3차원으로 정밀 감지하는 ‘광역 감지(Sensing)’ 기술이 완벽히 동반돼야 하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기존 5G 인프라 투자비의 수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초기 기지국 구축 비용 분담도 문제다. 통신사들의 수익성 정체 국면 속에서 고주파수의 짧은 커버리지를 메우기 위해 도심 전역에 훨씬 촘촘한 기지국과 지능형 반사 표면(RIS) 장비를 깔아야 하는 비용 부담은 민간기업 독자적으로 짊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는 2029년 3월 공식 표준 규격이 확정되기 전까지 미국, 유럽, 중국의 특허 괴물 및 통신 공룡들과 벌여야 할 글로벌 특허 영토 분쟁 역시 비관할 수 없는 전장이다.
다만 현재 국내 제조사와 모빌리티 진영, 통신 3사가 긴밀하게 맞물려 움직이는 점이 향후 전망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내찬 한성대학교 교수는 “1996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사례가 전무했던 미지의 기술인 CDMA를 선택했을 때 주변 우려가 상당했으나 정부와 ETRI, 민간 제조사와 통신사가 원팀으로 뭉쳐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기적을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산적한 난제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과 정부가 다시 한번 ‘원팀’으로 뭉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차세대 6G 시장의 주도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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