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후반의 영국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전력 문제로 컴퓨터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그때는 한 대의 컴퓨터가 많은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력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전력 먹는 하마로 만들어진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였다. 그것은 인공 지능(AI)이다. 생성형 인공 지능인 그래픽 연산 처리장치(GPU)가 대량의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체 소형원자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한다. 구글도 자사의 ‘자료 저장소(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 최소화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공 지능 중심 국가로 가는데 전기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수도권에 만드는 ‘자료 저장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방에 고압선을 세우는 문제로 민원이 들끓는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자료 저장소’를 세우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해법은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전주를 ‘실물 인공 지능(피지컬 인공 지능)’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에도 역시 충분한 전력공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실물 인공 지능의 연구개발과 함께, 전력공급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인공 지능을 운용하는 데는 전력뿐만 아니라 물 공급도 충분해야 한다. 인공 지능이 추론할 때마다 물소비량도 늘어난다는 통계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한마디로 인공 지능 중심 국가, 인공 지능 중심도시가 되려면 전기와 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인공지능기술 발전에 따라 2026년 전력수요가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방향으로 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석연료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심각하다. 그 대안이 원자력발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에서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단 한 번 일지라도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이미 경험했다. 대안은 신재생에너지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0.6%라고 한다. 2024년 기준이다. 원자력발전 32%, 석탄 발전 28%, 가스 발전 28%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처음 두 자릿수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 미국의 이란 침공 전쟁 사태를 보더라도 가스 발전은 언제나 정치적 불안 요소를 가진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위험을 없애고, 국제정세의 위험도 피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에너지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 수소 발전과도 직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새만금에서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은 에너지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중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강물이나 바닷물 담수화 작업도 유리한 곳이다. 발전단지 완성과 함께 더욱 필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이다. 정부는 여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교훈 삼아야 할 일을 되돌아본다. 지난달 우리의 국산 전투기 케이에프(KF)-21 보라매 양산 1호기를 완성하여 출고한 사실이 있다.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이 전투기 생산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추진하였다. 그러나 사업타당성조사를 한 사람들은 돈이 많이 들고 성공 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미국산 전투기를 사다 쓰면 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성능 좋은 아우디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돈으로 왜 쏘나타를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하느냐”라는 불만을 군 안팎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2009년에야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2015년 개발사업이 시작된 결과였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도 같다. 연구개발에는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전기와 물,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격이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자립국이 되어야 인공 지능 선도국이 된다.
/김도종 •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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