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을 뚫고 홀인 하게하는 퍼터
싸커맘 미니밴 브랜드명도 절묘
영화서 ‘노바디’ 대사 지운 놀란
가정 지키는 위대한 썸바디일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 주말 골퍼의 격언이다. 장타는 모든 골퍼의 희망이지만 승부는 퍼팅으로 결정된다는 거다.
오디세이 스포츠는 1991년 혁신적 디자인을 앞세운 퍼터를 선보인다. 기존의 딱딱한 금속 퍼터의 표면에 에폭시 수지 인서트를 넣은 거다. 창립자 마이클 메이거먼은 ‘완벽한 퍼터를 향한 끝없는 탐험과 여정’이라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오디세이’로 했다. 이 퍼터는 단숨에 골프클럽 시장을 석권한다. 특히 1996년 마스터즈에서 닉 팔도가 오디세이 로시2 퍼터로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절정을 맞았다. 골프용품 업체 캘러웨이가 1997년 오디세이 스포츠를 1억3천만달러에 인수한다.
전설에는 그럴듯한 꼬리가 붙는다. 오디세이 퍼터는 모든 난관을 뚫고 홀(집)에 들어간다는 의미라는 거다. 홀의 직경이 108㎜인 것도 오디세이의 아내 페넬로페를 괴롭힌 구혼자 수 108명과 같다. 그런 난관을 헤치고 마침내 페넬로페의 올리브 침대에 들어간다는 거다. 그럴듯한 오디세이 마케팅이다.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가 1994년 미니밴 오디세이를 출시한다. 당시 미국에 미니밴의 원조로 승합차 축소형 닷지 캐러밴이 있었다. 여기에 승용차 확대형으로 맞선 것이다. 오디세이 미니밴은 곧바로 ‘싸커맘’의 대표적 차량이 됐다. 아이들 등하교는 물론 방과 후 활동에 유용했다. 특히 4~5명을 태울 수 있어 싸커맘들이 교대로 운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축구(농구·야구)장~쇼핑센터~외식~영화관을 전전하면서도 마침내 집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오디세이 브랜드 마케팅은 절묘했다.
오디세이가 처음 영화 제목에 등장한 것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흐르면서 행성 그림자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첫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화는 1968년 공개됐는데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하기 1년 전이다. 그럼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우주선, 위험한 인공지능을 연상케 하는 HAL9000 등은 60년 전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다. 큐브릭은 인간이 미지의 우주를 항해하며 지식과 진화의 비밀을 찾고 지구로 귀환하는 여정을 그렸다. 그의 ‘우주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바다 오디세이’를 오마주한 거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인공 이름이 보우만(Bowman)인 것도 그렇다. 활 쏘는 남자와 뱃머리에서 노 젓는 남자라는 뜻인데 바로 오디세이 캐릭터이다. 천신만고 항해 끝에 귀환한 오디세이는 활을 쏘아 도끼 구멍 12개를 관통한다.
오디세이의 로마식 이름 율리시즈란 제목의 1954년 영화가 있다. 미국 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했다. 극중에서 실바나 망가노는 페넬로페와 키르케를 1인2역으로 연기했다. 마치 ‘백조의 호수’에서 순수한 백조 오데트와 유혹적인 흑조 오딜을 한 발레리나가 맡는 것처럼. 순수와 관능의 뿌리가 같다는 의미일까.
율리시즈는 제임스 조이스가 1922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로 유명하다. 조이스는 호머의 고전을 1904년 6월16일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소환한다. 오디세이가 10년에 걸친 귀환 여정이라면 이를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단 하루 여정으로 압축한다. 오디세이가 물리적 귀환인데 반해 율리시즈는 심리적 귀환이라고 할까.
우리는 매일 10년의 우여곡절을 거친다고 할 수 있겠다. 일각여삼추이니까. 따라서 20년만의 재회와 하루만의 재회도 그 본질이 같지 않겠나. 순수와 정절의 화신인 페넬로페와 욕망과 관능에 사로잡힌 마리언 블룸도 한 뿌리 두 얼굴일 수 있다. 이같은 소설의 관점에서 영화 율리시즈는 순수와 유혹의 상반된 캐릭터를 1인2역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호머의 일리아드는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고 전장의 승리와 명성을 추구한 아킬레스의 서사이다. 그 대척 점에 가족을 찾아 귀가하는 노바디(Nobody) 오디세이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오디세이’에서 “내 이름은 노바디”란 대사를 지웠다. 아내를 찾아가는 오디세이와 가정을 지키는 자신 역시 진정 위대한 썸바디(Somebody)라는 것일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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