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잔액 2조 7435억 원 ‘역대 최대’
내수 부진에 자금 수요 늘어난 영향
고금리 기조에 취약 차주 부담 우려
한 은행 키오스크 화면에 표시된 대출 상담 창구. /연합뉴스
경남신용보증재단 보증잔액이 코로나19 특례보증 시기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정책금융 수요가 다시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보증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도내 자영업 경기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신용보증재단 보증잔액은 17일 기준 2조 74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응 특례보증이 집중 공급됐던 2022년 말(2조7078억 원)을 넘어 재단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보증잔액은 2021년 말 2조 3669억 원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말 2조 7078억 원으로 급증한 뒤 2023년 2조 5898억 원, 2024년 2조 4656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2조 6490억 원으로 다시 오르더니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보증 공급 규모는 약 467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실행 건수는 1만 4847건이다.
경남신용보증재단은 내수 부진에 따른 자금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서 보증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이후 특례보증이 줄면서 감소했다”며 “최근에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신규 보증 신청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남은 전국에서도 자영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경남 자영업자는 18만 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5.6%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19.9%)보다 5.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취업자 4명 중 1명가량이 자영업에 종사한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만큼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정책금융 수요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남신용보증재단 보증은 내수와 밀접한 영세 업종에 집중됐다. 지난해 말 기준 업종별 보증잔액은 음식·숙박업이 7597억 원으로 전체의 28.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도소매업 7054억 원(26.6%), 서비스업 4851억 원(18.3%), 제조업 2826억 원(10.7%), 기타 2577억 원(9.7%), 건설업 1585억 원(6.0%)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증잔액 증가를 지역 자영업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다.
김무환 경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반도체와 조선 등 특정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외곽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코로나19 시기 못지않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증 규모 확대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나 실질적인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고금리 기조와 맞물린 빚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그는 “정부 재정 지출 확대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금리가 오르면 재무 구조가 취약한 자영업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또다시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 고리가 점차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증잔액 증가를 곧바로 자영업 부실 확대나 금융 위험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신용보증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높은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정책금융인 만큼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보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재단도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한때 10%대까지 치솟았던 대위변제율을 3%대로 낮추며 보증 확대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맞췄다”며 “부실채권 정리와 리스크 협의회 운영에 이어 올해는 채권관리단을 신설해 건전성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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