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산·VC·플랫폼 생태계 변화 논의
“게임 정책, 문화·기술 산업 특성 반영해야”
서울대 학술대회서 게임산업 구조 변화 진단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게임산업이 단순 콘텐츠 사업을 넘어 플랫폼·금융·기술 산업 성격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기존 정책 체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서비스 운영 구조가 디지털 자산 기술로 확산되면서 게임사의 경쟁력도 결제·정산·이용자 생태계 운영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단 분석이다.
게임산업 내 디지털 자산 논의 역시 단순 투기성 자산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 운영 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해외 이용자 결제와 유통(퍼블리싱) 비용과 수익 정산, 창작자 보상, 이용자 간 거래 구조 등 플랫폼 운영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란 것이다.
다만 현행법과 규제 체계상 실제 적용까지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게임 내 자산 거래와 외부 지갑 연동, 디지털 자산 활용 구조는 사행성 규제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게임사가 새로운 플랫폼 구조를 시도할 수 있도록 단계적 제도 정비와 규제 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됐다.
15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열린 ‘국가전략 산업으로서의 게임산업 발전전략’ 학술대회에서는 게임산업의 구조 변화와 정책 과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장민영 기자
◇게임 경쟁력, 개발 넘어 운영 구조로 이동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이날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논의가 단순 신규 코인 발행보다 게임 운영 구조 변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국내 게임사에게 디지털 자산의 핵심은 새로운 토큰 판매가 아니라 게임 결제와 라이브 운영, 글로벌 정산, 창작자 보상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사업 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산업이 이미 글로벌 플랫폼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결제와 정산 효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국가별 결제 체계와 환전, 정산 시간 문제 등이 운영 비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는 게임사가 지식재산권(IP)를 판매해 이용자들이 게임을 추가로 개발할 권리를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제한할 플랫폼과 권리 구조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사 플랫폼 형태로 변화하면 핵심 지표(KPI)가 매출을 넘어 이용자의 반복 사용률과 유지율, 부정거래율, 고객지원 비용 같은 운영 효율 지표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 교수는 “게임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토큰을 발행했느냐보다 정산 안정성과 반복 운영 가능성, 이용자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라고 설명했다.
게임 이용자 계정과 디지털 자산 기술을 연결해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시도 역시 언급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과 외부 자산 거래 구조를 연결할 경우 사행성 판단 기준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이용자 간 거래와 창작자 경제 구조가 빠르게 확장되는 만큼 국내 역시 일정 수준의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건 코인 가격이 아니라 효율적인 글로벌 운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게임 투자 구조 한계"···전문 VC 필요성 제기
게임산업 투자 구조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 모태펀드의 문화 계정은 게임보다 어려운 문화예술인 지원을 우선시하는 구조라 게임 분야 투자가 위축된단 분석이다.
최영근 상명대 교수는 게임 관련 모태펀드 계정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로 옮기면 예산이 늘어나고 모태펀드 규모 역시 확장될 것이란 논리다. 게임산업이 문화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중간 영역에 위치해 있지만, 국내 투자 체계는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게임 분야는 개발 기간이 길고 실패 위험도 높은 산업인데도 전문적으로 이를 평가할 투자 구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사진=장민영 기자
게임산업협회 차원의 게임 특화 VC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실제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을 심사역으로 육성해 산업 이해도를 높여야 한단 주장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개발사 자체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게임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전문 투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전략산업 관점 접근 필요"
게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단 종합 논의도 이어졌다. 게임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67.8%를 차지하고 있고, 게임 엔진 기술 역시 제조·건설·방산 분야 디지털 전환(DX)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 상용화와 테스트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는 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은 반도체와 인터넷, AI 흐름과 함께 성장해온 디지털 산업으로 국가 산업 후보에 맞는 규모가 됐다”며 “일본이 IP 중심 국가 전략산업을 펼치는 데, 우리도 게임 산업에 맞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는 게임산업을 단순 콘텐츠 규제 산업이 아니라 플랫폼·기술·금융 구조가 결합된 디지털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 산업 규제와 이용자 보호, 산업 진흥 사이 균형을 설계할지가 주요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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