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생성형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개발 방식뿐 아니라 고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쏠쏠하지만, 동시에 채용 축소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12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각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게임사 6곳의 지난 2024년 합산 신규 채용 인원은 1362명 수준으로, 2022년 2339명 대비 약 42% 감소했다. AI 기반 업무 효율화 기조 아래 신입·주니어 채용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과 인력 축소 움직임도 병행 중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약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엔씨소프트의 전체 근로자 수는 지난해 말 3262명으로 2023년 대비 14.8% 줄었다. 넥슨 역시 내부 사업 정비 기조에 따라 전 계열사의 신규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설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업계에서 약 2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개발자 중 11%가 해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확산에 대한 현업의 인식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026년 GDC 보고서 기준 게임 종사자의 52%가 생성형 AI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년(30%) 대비 22%p 상승한 수치다.
그럼에도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AI는 텍스트 생성 모델로, 활용 비중은 96.6%에 달한다. 이 중 이미지 생성 AI는 68.1%, 코딩 지원 AI는 37%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이미 기획·아트·개발 등 핵심 제작 공정 전반에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초기 제작 단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시나리오 초안과 게임 시스템 작성에, 아트 영역에서는 콘셉트 이미지와 에셋 제작에 활용된다. 이처럼 반복 작업 자동화와 테스트 버전 개발 단축이 가능해지면서, 동일 인력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비용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신규 인력 채용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AI 전환을 전제로 한 산업 재편이 진행 중이다. 콘진원은 2026년 게임 지원사업을 개편해 AI 기반 게임 개발 과제에 최대 3억 원을 지원하고, 제작 전주기에 걸친 AI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약 43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3400명 수준의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등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무게감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게임업계의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생산·노동 구조를 재편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효율성 중심의 개발 체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고용은 점차 줄어들고,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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