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사모대출 환매 이슈에 불확실성 지속
국내 증시 반등에도 전고점 회복은 ‘아직’
다음 주 마이크론 실적·FOMC 결과도 ‘주목’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사모대출 펀드 환매 이슈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의 긴장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변동성을 키운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분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음 주 예정된 주요 이벤트들이 증시 흐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를 비롯해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어서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로 주목된다.
◇ 중동 전쟁·사모대출 부실 이슈 속 미국 증시 약세 지속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6% 내린 46558.47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0.61% 내린 6632.19에 장을 끝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0.93% 내린 22105.36에 마감했다.
이로써 주간 기준 다우지수는 2.0%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이번 주 각각 1.6%, 1.3% 떨어지며 3대 지수 모두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 지수는 각각 3.77%, 3.03%, 4.86% 내리며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권 거래소의 트레이더. /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한 배경에는 이란과의 전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단기간에 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1% 상승한 배럴당 98.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휴전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며 83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같은 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103.14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7월 말 이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전쟁 리스크에 더해 사모대출 펀드 시장에서도 균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 위축 우려를 키우며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클리프워터의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에서 투자금의 약 14% 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 그러나 환매 요청액의 절반가량만 우선 지급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다음 분기로 미뤄졌다. 모건스탠리 역시 자사의 사모대출 펀드(노스헤이븐 사모인컴펀드)의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 지분의 5%로 제한하기도 했다.
◇ 국내 증시, 반등은 성공했지만 지수 향방 ‘안갯속’
국내 증시 역시 중동 전쟁 여파로 좀처럼 전고점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번 주 5487.24에 마감하며 주간 기준 4.21% 상승하는 등 반등 흐름을 보였다. 다만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말 기록한 6347.41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 급락으로 전쟁 관련 악재가 일정 부분 지수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추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지수와 유가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단기적인 종전 선언이 나오더라도 원유 시장 안정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은 상존할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대외 변수에 민감한 코스피 시장은 당분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까지 나타나면서 지수 상승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야간 거래에서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6.30원 오른 1497.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에는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다음 주 대형 이벤트 줄이어···변곡점 될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예정된 대형 이벤트가 투심을 반전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엔비디아 GTC 2026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GTC는 엔비디아가 매년 여는 세계 최대 AI·GPU 기술 컨퍼런스다. 차세대 AI 반도체 로드맵과 데이터센터 투자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기술주와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주에서 열린 ‘APEC 2025 CEO 서밋’ 일정을 모두 마치고, 별도로 개최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DB.
오는 18일 발표되는 마이크론 실적 역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이번 실적을 통해 글로벌 메모리 수요 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적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320달러에서 5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 시황 분석 전문가는 “전쟁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GTC와 마이크론 실적은 시장의 관심을 돌리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증시 주도 업종이었던 반도체가 이 같은 이벤트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7~18일 예정된 미국 FOMC는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전쟁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경우 증시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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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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