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61)
늙으면 외모·학력·경제가 평준화된다
함께 한 시간이 중요하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포스터 /TMDB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알프레드 어리(Alfred Uhry)가 쓴 동명의 연극을 기반으로 한 1989년 작 코미디 드라마로 시니어용 영화다. 한국에서는 1990년 개봉했다.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이 연출했다.
1990년 제6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제시카 탠디), 각색상, 분장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고 같은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분을 수상했다.
주연에 1909년생 제시카 탠디가 80세에 데이지 역을 맡았고 1937년생 명배우 모건 프리먼이 52세에 운전기사 호크 역으로 나왔다.
미국 남부 애틀랜타에 사는 유대인 노인 데이지는 고집이 세고 독립적인 성격이다. 흑인 여성 가사 도우미 한명을 두고 산다. 데이지는 고령에 운전하다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낼 뻔했다. 그녀에게 운전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늘어나는 과정이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보다 못한 아들 댄 애크로이드가 운전기사를 보낸다고 한다. 흑인 기사 호크다. 어머니가 유난히 까다로워서 특별히 성격 좋은 호크를 선택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한마디로 까칠한 여자다. 데이지가 호크를 거부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늙어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데이지가 호크를 거부하고 냉정하게 대하지만 호크는 노부인 데이지의 여러 가지 요구에 항상 웃음으로 대한다. 호크는 단순한 운전 조력자가 아니라 데이지의 삶에 은근히 스며들며 그녀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스틸컷 /TMDB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젊은 시절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빠르게 식기도 하지만 둘의 관계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천히 만들어진다. 시니어의 관계가 종종 그렇듯 말보다 침묵이, 이벤트보다 반복되는 일상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흑인은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하는 시대였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한 시대라 호크는 데이지의 까다로운 성격 정도는 잘 넘긴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흑인인 호크와 유대인인 데이지는 인생의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멀리하지만 문맹인 호크에게 글을 가르치는 등 두 사람은 미묘한 우정을 쌓아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흑인 여성 가사 도우미도 나이가 들어 일하다가 심장이 멎어 먼저 세상을 떠난다. 데이지도 점점 노쇠해지고 기억력도 약해진다. 호크도 노령으로 일을 그만두고 데이지는 치매까지 와서 결국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 이어진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고용주와 운전기사의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친구이자 서로에게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늙으면 학벌·외모·경제력이 평준화된다. 둘 사이에 남은 것은 결국 신분도 인종도 아닌 함께한 시간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