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리세일 마켓 엘리마켓. 사진=LF 제공
[THE Biz(더비즈)=고정빈 기자]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가성비 소비’가 일상화되자 패션업계가 리커머스(중고 거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재판매 경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에 불과했던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3조원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가성비 소비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조 패션 리커머스시장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 리세일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이 발표한 ‘2026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의류 시장은 올해 약 2890억 달러(425조4080억원)에서 2030년 약 3930억 달러(578조496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패션기업들이 흐름에 맞춰 리커머스사업에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플랫폼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자체 재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지난해 9월 론칭한 리세일 마켓 ‘엘리마켓(L RE:Market)’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엘리마켓은 LF가 지난해 9월 중고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회사 ‘마들렌메모리’와 제휴해 선보인 리세일 서비스다.
고객이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수거부터 전문 검수, 보관, 재판매까지 전 과정을 일괄 운영하는 구조로,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과 품질 불안을 해소했다. 판매 고객에게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L RE:Ward)’를 지급해 자사몰 재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갖췄다.
LF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엘리마켓’ 내 중고 상품 판매 건수는 지난해 9월 대비 약 40배 증가했으며, 재판매 참여 고객 비중은 30%로 집계됐다. 엘리마켓 이용 고객의 재구매율 역시 34%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약 3명 중 1명이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는 셈이다.
플랫폼 외형도 빠르게 확대됐다. 판매 가능 브랜드는 오픈 초기 헤지스, 닥스 등 15개에서 6개월 만에 150여개로 늘었다. 자사 브랜드는 물론 컨템포러리·아웃도어·라이징 브랜드까지 포함하며 리세일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LF 관계자는 “리세일은 단순한 중고 거래가 아니라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자 지속 가능한 패션의 새로운 기준”이라며 “엘리마켓을 통해 고객 소비가 브랜드 내부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 타사 브랜드 확대 배너 컷. 사진=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운영하는 리세일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은 올해부터 리세일 매입 대상을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자사 상품 거래에서 나아가, 리세일을 매개로 코오롱몰과 연결되는 순환 소비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코오롱FnC가 리세일 솔루션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와 협업해 2022년 7월 론칭했다. 현재 코오롱스포츠, 럭키슈에뜨, 캠브리지 멤버스, 시리즈, 래코드 등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가치 소비와 리세일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매입 상품의 판매율은 85%를 기록하고 있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자사를 포함, 약 160개 타사 브랜드까지 리세일 접수를 받는다. 해외 유명 브랜드부터 국내 아웃도어, 이머징 브랜드까지 폭넓은 브랜드군이 포함된다.
가격은 신제품 대비 평균 60~80% 수준으로 책정돼 합리적인 가격과 검증된 품질을 제공하며 우수한 상태의 상품일수록 더 높은 보상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구매·사용·판매·보상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패션 상품의 사용 주기가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리세일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번 타사 브랜드 확대가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신사가 중고거래 플랫폼 무신사 유즈드를 출시했다. 사진=무신사 제공
패션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신사도 리커머스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중고 패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USED)'를 론칭했다. 무신사 유즈드는 판매 신청자에게 무료 수거 전용 ‘유즈드백’을 제공하고, 고객이 담아낸 의류를 무신사가 직접 수거·세탁·촬영·배송까지 맡는다.
기존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번개장터가 판매자와 구매자간 매칭과 결제에 그쳤던 것과 달리, 무신사는 C2B2C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판매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출시 직후 2주간 입고 신청자 1만명, 누적 입고 6만여점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기준 무신사 유즈드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서비스 초기인 지난해 9월 대비 500% 증가했다. 특히 가품 구매 우려를 무신사의 상품 확인 시스템으로 해소한 점이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비스 오픈 직후 3개월(지난해 9~11월)과 최근 3개월(2026년 1~3월)을 비교한 결과, 분기별 거래액은 67%, 판매량은 93% 각각 증가했다. 아울러 지난 2월 판매 수수료 인하 정책을 시행한 이후 주간 판매 신청 수는 전주 대비 65%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대비 하루 평균 판매 신청자 수는 300% 늘었다.
성과는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무신사 아울렛&유즈드 롯데몰 은평점'은 지난달 오픈 직후 4일 동안 유즈드 품목에서만 2300건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리커머스는 단순 중고 판매가 아니라 상품 회수부터 검수, 재판매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는 플랫폼 간 경쟁뿐 아니라 브랜드별 자체 리커머스 생태계 구축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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