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있는 화장실 정보, 문턱 높이는 몰라요
경기도 화장실 안내, 접근성 정보 ‘깜깜’
수원 ‘새빛톡톡’에 실이용 정보 추가 제안
전문가 “구도심 노후 시설 전수조사 필요”
22일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여기산 게이트볼장 인근 공중화장실 출입구에 단차가 남아 있다.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지만 진입로 턱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이 어려울 수 있으나, 현행 화장실 안내 정보로는 이를 미리 확인할 수 없다. 2026.10.2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도 내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안내정보가 단순 시설 현황에 머물면서 실제 이용 여건을 반영한 정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화장실이 있어도 출입구의 턱이나 계단으로 휠체어 접근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방문 전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찾은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여기산 게이트볼장 인근 공중화장실.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된 이곳은 출입구로 이어지는 바닥에 높낮이 차이가 발생하는 단차가 있었다. 비장애인 보행자에게는 작은 턱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전동휠체어에는 바퀴가 걸려 차체가 기울거나 넘어질 소지가 있는 위험물이다.
실제 해당 단차 문제는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투표소 인권영향평가 현장 실사에서 지적
(4월27일자 1면 보도)
을 받은 바 있다. 경사로 위에 단차가 남아 있어 전동휠체어가 넘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선거 당일에만 임시 개선이 이뤄져 휠체어 이용자들은 여전히 같은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인 WIDE] ‘3㎝’ 턱에 막힌 ‘한 표’… 겨우 이 높이가 민주주의를 막고 있다
지선 한달 앞두고 인권영향평가 수원내 투표소 일부 접근성 불편 경사로 없거나 가파른 문제 확인 문 좁아 전동휠체어 진입 제한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전국 주요 지자체가 투표소 인권영향평가에 나선 가운데 최근 경기도 내 최대 유권자 도시인 수원시에서도 인권담당관과 인권영향평가단 19명이 접근성·출입 환경·시설 이용·과거 권고사항 등 크게 4개 항목을 기준으로 관내 투표소 10곳을 점검했다. 경인일보 취재진도 같은 항목을 토대로 현장을 평가한 결과 접근성 문제가 두드러진 투표소 4곳이 확인됐다. 반나절 돌아본 현장에는 헌법이 보장한 ‘1인 1표’와 경사로 하나 없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첫 방문지인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투표소에 올라서자 기둥과 벽이 이동 공간을 제약했다. 전동 휠체어가 방향을 틀려면 전후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설상가상, 장애인 화장실은 투표소가 있는 3층이 아닌 1층에 있었다. 이어서 찾은 권선구 버드내경로당은 진입 자체가 문제였다. 진입로부터 경사가 가팔랐고 전동 휠체어는 아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요청이 있을 경우 외부에 간이 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전요청’이라는 전제가 이미 하나의 장벽이라는 게 당사자들의 지적이다. 인근에 학교 등이 없어 장소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관내 이색 투표소로 한때 화제가 된 권선구 여기산공원 게이트볼장에서는 묘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그런데 역으로 건물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방향에는 경사로가 있었다. 들어올 수 없지만 나갈 수는 있는 경사로. 현장 평가에 참석한 한 위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설계 구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투표소 인근 화장실 앞에는 경사로가 있었지만 턱이 있어 전동휠체어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가기도 했다. 가장 열악했던 곳은 영통구의 A아파트 내 탁구장이었다. 출입문 폭이 0.72m에 불과해 전동 휠체어 진입에 필요한 베리어프리 인증 권장인 1.2m에 한참 못 미쳤다. 전동 휠체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 투표를 하려면 수동 휠체어로 옮겨 탄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장실은 탁구장 내부에 없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점검한 전화진(74)씨는 “건물 지을 때는 전동휠체어 같은 걸 생각 않고 그냥 지었기 때문에 문이 좁다든가 턱이 있어서 애로 사항이 많다”며 “법적으로는 경사로가 다 있어야 되는데 옛날 건물들은 안 된 데가 많다. 그런 곳을 발굴해 장애인들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경사로 하나, 넓은 문 하나. 이 작은 요구는 장애인을 넘어 다른 이동약자 문제로도 확장된다. 유아차를 끌고 온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인, 짐을 든 시민 등 모두가 좁은 문과 높은 턱 앞에서 같은 불편을 겪는다. 남궁선아 경기도 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 활동가는 “2~3㎝ 되는 턱만 있어도 전동휠체어가 전복될 위험이 있다”며 “투표권을 가진 분들이 못 가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3㎝’의 턱 하나가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었다.
더욱이 이런 불편은 현행 화장실 안내 정보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현재 도내에 등록된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등은 9천869곳이다. 각 지자체는 홈페이지와 공공데이터 등을 통해 화장실 위치와 개방시간, 장애인화장실 설치 여부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출입구 단차나 계단, 경사로 유무 등 접근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가 장애인화장실을 찾아갔다가 현장에서 진입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접근 가능 여부까지 세분화하는 등 안내 정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원시 시민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는 개방화장실의 실질적인 이용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추가해 달라는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장애인 화장실 유무뿐 아니라 기저귀교환대 등 편의시설과 24시간 이용 가능 여부까지 안내해 고령자, 유모차 이용자 등의 편의를 높이자는 내용이다. 해당 제안은 이날 기준 좋아요 120개와 댓글 682개가 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건축물은 설계 단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기준(배리어 프리)을 적용하지만 오래된 공중화장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구도심의 노후 시설을 전수조사해 단차 등 이용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휠체어 접근 가능 여부와 실제 이용 가능한 시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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