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김정훈 기자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자들이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
놓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가 바뀌며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를 고민하는 사례도 감지된다. 다만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정책 수정 방침을 시사하면서 실제 거래에서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 기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 인근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 개편 이후 주말까지 확실하게 추가된 매물이 3~4개 정도 있고, 기존 물건 중에서도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보인다”며 “전부터 매도를 고민해온 고령층은 세제 개편 이후 매물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마용성
(마포·용산·성동구)’
한강벨트에서도 비거주 집주인들의 매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단지 내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거주 기준으로 바뀌는 영향으로 비거주 집주인의 전용 84㎡ 매물이 30억 원에 나왔다”고 전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6일 만에 2107건(3.4%) 증가했다.
다만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당장 움직이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마포구 아현동의 C 중개업소 관계자는 “9월 이후로 세제개편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급매가 나오면 사겠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의 경우 실거주로 전환하거나 증여를 고민하는 사례 또한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현대5차’ 단지 내 D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요일 아침 80세 안팎의 은퇴한 집주인이 찾아와 집을 팔지, 증여할지 상담했다”며 “증여세를 부담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를 내줬던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전환하며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2901가구)’은 전월세 물량이 대거 나와 임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집주인들의 실거주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단지 인근 E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고 있다”며 “이에 임대차 매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며 전월세 가격이 오르거나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현상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진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F 중개업소에서는 “세제 개편 이후 13억 원의 전세 매물을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대로 전환했다”며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일정 부분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지만 서울 핵심 지역은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 등을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일부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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